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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CCTV해법②]환자단체는 내부 설치 촉구…"대리수술·사고 막기 위해 필요"

등록 2021.06.21 14:28:36수정 2021.06.28 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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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관행 만연해 있지만 적발·처벌 드물어"
환자·소비자단체는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 요구
"범죄·사고 발생 시 환자가 정보 확보할 수 있어야"
"어린이집에도 CCTV 있는데 병원에 안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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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1.06.15.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 김장래(49)씨는 지난 2018년 12월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진단과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집에서 지내던 중 욕실에서 살짝 미끄러진 뒤 '툭' 하는 소리가 들리고 통증이 생겨 2019년 1월 같은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하반신을 마취하고 헤드기어를 쓴 채로 엎드린 상태라 수술실 상황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수술이 진행되던 중 집도의사는 '수술은 잘 됐다. 봉합만 하면 됐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한참 동안 봉합이 되지 않아 뭔가 잘못됐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도의가 어떤 남성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그 남성은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아파도 참을테니 그냥 수술해달라'고 했지만 집도의는 그 의견을 듣지 않고 전신마취를 한 뒤 수술을 다시 진행했다. 오전 11시에 수술실에 들어간 김씨가 병실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30분께였다. 하지만 수술 후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고, 혈흔이 보인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김씨는 오후 6시40분께 다시 수술을 받았다.

하루에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김씨는 다음날 생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을 경험했다. 그는 퇴원 후 직장생활은 커녕 일상생활도 가족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수술을 다시 받아 마미증후군, 변실금, 신경이상방광 등의 증상도 새로 얻었다.

김씨는 최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 참석해 "집도의사의 잘못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억울하고 힘들다. 가장으로서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조차 할 수가 없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 CCTV 의무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장식'으로 운영되는 병원들이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을 무분별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대리수술이 실제 적발과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이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정부가 의료인의 대리수술에 대해 행정처분한 건수는 44건에 불과했다. 수술실은 환자나 외부인이 수술 상황을 정확히 관찰하기 어려워 그 안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병원이나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 사고나 대리수술, 유령수술, 수술실 내 범죄 행위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광주와 인천에서 제기된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의혹은 여론에 불을 붙였다. 환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수술실에서 사고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환자는 전신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거나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지난 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는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의 대리수술과 의료사고와 같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부터 수술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 소비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알권리 확보를 위해 반드시 법으로 보장돼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발생한 고(故) 권대희씨 사망 사고는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의 도화선이 됐다. 권씨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사망했는데, 당시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해준 것은 유족들이 확보한 CCTV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의사가 여러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고 수술 중 수술실을 나가는 모습, 권씨가 지혈이 되지 않은 채 장시간 방치된 모습,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서 권씨를 방치하고 눈썹을 고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의사 단체와 병원 단체들은 CCTV를 설치하더라도 수술실 내부가 아닌 외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CCTV 설치가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위축시키거나 불필요한 의료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환자 단체들은 반드시 수술실 내부에 CCTV가 설치돼야 하고, 이는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에게도 필요한 장치라는 입장이다. CCTV 영상이 의료인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CCTV를 수술실 내부에 설치하지 않으면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이나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가 행하는 유령수술, 성범죄, 인권침해범죄 등을 예방·방지할 수 없다"며 "그동안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록지 조작이나 병원 측의 조직적인 은폐가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금은 의료계가 심리적으로 CCTV 의무화 법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영상이 증거로 사용될 때 반드시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CCTV는 형사 고소나 민사소송으로 가기 전에 조기에 분쟁을 종료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은 민주당 안규백·김남국·신현영 의원이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 3건이다. 이 중 안 의원과 김 의원의 안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3건의 법안에 대해 논의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에 무게를 두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체 수술실의 60% 정도에는 이미 외부 CCTV가 설치돼 있어 의사·병원단체의 요구대로 외부에 CCTV를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전례가 없고, 우리나라의 의료사고 발생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CCTV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의료진에 대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민 대다수가 법안에 찬성하고 있고, 범죄 예방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CCTV를 설치한 사례가 다른 분야에서도 있었다는 점을 들어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일부의 사건들이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할 수 있다"며 "의사단체가 일부로 치부하면서 법안의 필요성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데 확률을 반대 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은행이나 어린이집에도 CCTV가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문제가 없지만 일부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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