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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같네"...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등록 2021.10.22 10:42:22수정 2021.10.22 11: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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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예술감독 신작 안무..."동류 만난 흐뭇함"

22일~24일 예당 CJ 토월극장서 첫 대면 공연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2021.10.21. (사진 = 고흥균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2021.10.21. (사진 = 고흥균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예술감독 안무작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는 현대무용판 '오징어게임'으로 통한다.

작품의 설정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경쟁의 양상, 깨고 또 깨도 되살아나는 생존의 퀘스트(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들이 등장한다.

작년에 창작된 작품으로, 남 예술감독이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발표한 신작이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 생중계했다. 22일~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첫 대면 공연을 선보인다.

남 감독은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주위의 권유로 '오징어 게임'을 봤어요. 같은 시대와 같은 환경에서 생성되는 공통된 주제의식을 발견하고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공범자, 동류를 만난 흐뭇함도 느꼈다"고 밝혔다.

다음은 남 감독과 주고 받은 일문일답이다.

-작년 온라인 공연을 통해 먼저 관객과 만났던 순간은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온라인 공연용으로 안무된 것이 아니라 제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요. 올해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돼 기쁩니다. 지난해엔 '이긴 자들끼리의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소위 '져서 사라진 이들'을 무대에 자주 소환해요. 연속으로 휘몰아치는 경쟁들에서 한 걸음 물러서 시야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존자-탈락자의 서사를 두루 살펴 보신다면, 작품의 주제에 더 가까이 다가가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예술감독. 2021.10.21.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예술감독. 2021.10.21.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생존의 퀘스트'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떠올리신 건가요?

"이 땅에서 꽤 오랜 시간을 살아 온 생존자의 한 사람으로서, 회고록의 형식을 갖춘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경쟁 사회에 관한 우화이자 자기가 살기 위해 타인을 배제하는 시대를 살아온 삶의 기록이랄까요. 이기기 위해 타인에게 또 자연에게 가한 폭력에 관한 회고록, 참회록 같은 작품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고민하셨던 화두를 무대 위에서 옮기시면서 가장 초점을 맞춘 움직임, 무대 구성, 연출은 무엇입니까?

"공연이 진행될수록 처음의 커다란 초록빛 무대가 점점 가려져서, 마침내 아주 작은 초록 바닥이 겨우 남아요. 고속 경제성장을 위한 극단적 경쟁으로 파괴된 인성과 자연에 대한 생태학적인 우려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실감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라는 제목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 속 문구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타이틀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안무노트는 이상의 '오감도'에서 빌려왔어요. 진정한 유희는 페어플레이 규칙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 탈락하는 이들은 규칙과 무관하게 얼토당토않게 패자가 되는 경우죠. '경쟁 사회에 대한 우화'를 그리기 위해 과장된 유희, 위조된 유희, 배반된 유희가 그려집니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2021.10.21. (사진 = 고흥균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2021.10.21. (사진 = 고흥균 제공) [email protected]

-현대무용이 현재 사회에서 맡는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요.

"작가정신, 시대성이 중요하죠. 작가 개인이 제각각의 미학과 가치관을 가진, 창의적인 작업을 해야할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자신을 초월하려는 기본욕구가 있어요. 이것이 제가 춤을 추고 안무를 하는 이유라 말하고 싶어요. 제게 춤을 추는 것과 만드는 것은, 세상을 더 진실하고 현명하게 이해하는 길이죠. 그 길로 안내해주니 거룩하고 통쾌한 일입니다."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시점에 임명돼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오셨는데, 그 리더십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곧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데, 내년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십니까?

"리더십을 위해서는 인내심과 낙관성이 중요합니다. 내년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교류를 추진할 예정이에요. 해외 안무가들과의 협력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한 올해 시작한 '무용X기술'을 심화시켜 벨기에 IMPACT, 유럽댄스네트워크(EDN) 등과 협업도 합니다. 해외 무용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한편, 우리의 현대무용을 해외에 알리며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류하고자 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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