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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정작 '병역특례' 원한 적 없는데…음악계·정치권 더 갑론을박

등록 2021.11.25 16: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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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법안소위, 오늘 병역법 개정안 논의 보류

음악업계, K팝 지속가능성과 직결…방탄소년단은 상징적 존재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 AMA' 단체. 2021.11.22.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 AMA' 단체. 2021.11.22.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포함된 대중문화 예술인의 군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 논의가 일단 보류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5일 국회에서 방탄소년단처럼 국위 선양에 기여한 대중문화예술인이 예술체육요원으로서 병역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아 가수 처음으로 대상을 받으면서, 멤버들의 병역 혜택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1992년생인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이 만 30세가 되는 내년 12월까지 입대해야 하는 등 멤버들의 군입대가 코앞이라 관련 논의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국방위가 향후 공청회나 간담회 등 공론화 절차를 갖기로 하면서 갑론을박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심사소위에서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병역 특례에 대한 의견이 상당히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세상의 시끌벅적한 논의와 별개로 국방은 당연한 의무라며 군 입대를 시사해왔다. 그런데 주변 음악업계와 정치권이 이들의 병역 혜택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음악업계, K팝 지속가능성과 직결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를 비롯한 대중음악계는 이 법안의 통과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현행 병역법상 예술·체육 분야 특기 중 대중문화 부문만 누락돼 있는 점을 지적하는 중이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 AMA 레드카펫' 단체. 2021.11.22.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 AMA 레드카펫' 단체. 2021.11.22.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음콘협 등은 방탄소년단에게 예술체육요원의 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특기자가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체복무는 4주 기초 군사훈련을 포함해 34개월간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활동하고 544시간 봉사활동을 이수하는 것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다. 일부 축구 대표가 예술체육요원으로 발탁됐다.

사실 K팝스타 뿐 아니라 톱 배우 등 현시점 한류스타들은 국가 이미지 제고, 국위선양에서 다른 분야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위상이 높아진 장르를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한류의 정점에 있는 팀으로 상징적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이어'를 받고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 2년 연속 후보로 지명되는 등 '커리어 하이'인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입대를 하면, 업계 특성상 소속사 하이브나 K팝 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변화가 빠르고 지속해서 매력적인 새로운 팀이 나오는 상황에서 군대를 다녀온 방탄소년단은 입대 전 방탄소년단과 인기나 감각적인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의 공백은 한류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는 국가적 손해이기도 하다.

음콘협은 "전성기 때 경력이 단절되는 병역 문제만큼은 그 어떠한 대체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대중음악인들의 예술체육요원 선정과 관련해 다른 분야들과 비교하여 부족함이 없고, 국민적 공감대를 살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 참석해 '버터'로 ‘페이버릿 팝송'(Favorite Pop Song) 부문 상을 받고 있다. 2021.11.22.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 참석해 '버터'로 ‘페이버릿 팝송'(Favorite Pop Song) 부문 상을 받고 있다. 2021.11.22.

정치권은 왜 BTS 병역 특례 관심 갖나…실효성 있는 혜택 부여엔 공감

정치권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병역특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드러냈다. 방탄소년단의 막강한 팬덤 '아미'의 환심을 살 수도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한류스타를 이용해 자신들을 더 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에 대해 말을 아끼라며 '함구령'까지 내렸던 이유다.

그러나 대선주자까지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에 관심을 갖는 등 이 문제가 확실히 매듭을 짓기 전까지 논의는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저는 기존 예술·체육 분야에 대중예술(대중문화)을 포함시키는 것이 형평성과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는 되는데, 방탄소년단(BTS)은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순수예술'은 고급스럽고, '대중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은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세월이 지나면 BTS의 음악도 클래식이 된다"고 덧붙였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병역 특례가 적용이 안 된다. 예술계 종사자의 경우 '순수예술' 분야만 해당한다.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이다.

다만 국내 콩쿠르 포함 여부를 놓고 오랜 기간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섬세한 남성 무용수들은 한층 기량과 감성을 연마할 시간에 콩쿠르 입상을 위한 기교 연구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여성이 안전한 나라'라는 주제로 청년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여성이 안전한 나라'라는 주제로 청년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5. [email protected]

그런 가운데 대중문화계는 소외됐다. 2010년대 들어 한류가 부상하면서 병역 특례 의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파괴력은 없었다. 그러다가 방탄소년단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까지 왔다.

사실 방탄소년단이 순수 예술가보다 국위 선양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수차례 1위를 차지한 빌보드는 세계 음악 순위가 아닌, 미국 위주의 차트다. 세계가 모두 공인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이 있지 않다. 그로 인해 각급의 논란이 불 붙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전통음악은 콩쿠르도 있고 객관적 기준이 있는데 대중예술에는 그런 게 없다. 또 (대체복무가) 영화 등 분야로 한없이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체복무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혜택을 줄 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중음악업계가 겨우 혜택을 받은 개정 병역법 시행령(올해 6월23일 시행)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행령에는 대중문화에술인의 군 복무에 대한 연기 혜택이 포함됐다.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대중문화예술인만 만 30세까지 입대 연기가 가능하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6년차인 지난 2018년 문화훈장 중 5등급에 해당하는 화관문화훈장을 받아 연기 혜택이 주어졌다.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하우팜즈 제공) 2021.1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창작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하우팜즈 제공) 2021.11.21. [email protected]

하지만 방탄소년단 같은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 훈포장 수상 실제 후보자가 되려면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해야 한다는 대중문화업계의 주장이다.

아이돌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세계에서 활약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이런 논의를 촉발시켜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 "정부가 한류를 치켜세우면서도 그에 맞은 대접을 제대로 해줬는지 의문이다. 조금씩이더라도 K팝 업계가 수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중문화예술인이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이날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예술·체육요원의 편입대상 확대는 좀 선택하기 어렵고 그리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닥친 것 중에 인구 급감에 따른 것이 가장 클 것 같다.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 이게 말하자면 공평한 병역 이행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실 방탄소년단 입대는 국방부 입장에서는 호재다. 우리 군을 알릴 수 있는 동시에 군대 문화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환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육군이 최근 몇년 동안 엑소, 샤이니, 인피니트 등 입대한 한류 K팝 그룹 멤버들이 출연하는 창작 뮤지컬에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귀환' '메이사의 노래' 등이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이 입대하게 되면 이들이 출연하는 창작뮤지컬 제작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방탄소년단 동반 군입대 설도 불거지고 있다.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다른 K팝 그룹과 달리 방탄소년단은 팀 전체 활동을 고집하고 있다. 동반 군입대는 팀 활동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지다. 같은 날짜에 입소하는 동반 입대는 아니지만 다른 아이돌 그룹 '온앤오프'의 한국인 멤버들은 모두 12월에 입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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