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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치킨무' 유통기한 탓 영업폐쇄는 억울…법원 판단은[법대로]

등록 2023.08.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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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로부터 기한 지난 제품 받아 임의로 변조

폐업 후 분류용 보관하던 핫소스도 기한 지나

"고의성 전혀 없어" 억울함 호소…법원도 수긍

"기한변조로 취할 이득 적어…재량권 일탈맞아"

뉴시스DB.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치킨에 딸려 공짜로 제공하는 치킨무의 유통기한이 지난다는 이유로 영업폐쇄 처분을 받은 포항의 한 식당. 악성 민원으로 추가 점검 과정에서 철지난 핫소스까지 발견되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식당 주인은 사익을 편취할 목적은 없었다며 반발했지만, 행정심판이 기각되자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사건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포항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치킨무가 떨어지자 11월26일 긴급발주를 넣었다. 이후 본사로부터 치킨무를 받았는데, 이미 기한이 지난 2022년 11월23일이 표시된 제품이었다. A씨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급한 탓에 유통기한 인쇄에 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11월을 12월로 고치는 스티커를 부착한 채 제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한 고객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치킨무 유통기한 변조 문제를 제기했고, 갈등 끝에 A씨의 식당은 구청으로부터 현장점검을 받게 된다.

조사 끝에 구청 측은 A씨가 치킨무의 유통기한을 임의로 변조했다고 판단,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023년 2월20일 영업소 폐쇄처분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A씨는 또 다른 악성 민원에 맞닥뜨렸다.

2023년 1월12일 A씨의 식당에서 술을 먹던 한 고객이 2시간 동안 술값을 깎아 달라는 요구가 거절되자 주방에 있던 소스 한 개를 훔쳐 달아났고 유통기한이 지났다며 또 다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같은 달 구청은 한 차례 더 현장점검을 진행했고, A씨 식당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핫소스 70여개가 발견됐다. 이를 보관했다는 이유로 구청은 같은 해 2월8일 A씨에게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억울했던 A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구청의 처분이 위반 행위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치킨무 유통기한을 변조해 이익을 취하려 했다면 제품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어설픈 방법은 쓰지 않았다고 A씨는 강조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핫소스 역시 2022년 12월 갓 폐업한 다른 식당의 물품을 분류하기 위해 별도 공간에 보관했을 뿐 판매 목적은 아니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 행정단독 허이훈 판사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청이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허 판사는 A씨의 행위가 변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단가 300원에 불과한 공짜 치킨무 유통기한을 바꿔 A씨가 취할 경제적 이득이 미미하다고 봤다.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이로 인해 얻을 피해를 감안했다면 이 같은 행위를 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핫소스의 경우에도 실제 A씨가 점검 직전 폐업한 사실이 확인되는 만큼, 구청 측 주장대로 이를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허 판사는 "핫소스는 유통기한이 1년 이상 경과된 상태로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기에 위험이 뒤따르는데, 이를 무릅쓰고 원가 100원에 미치지 못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려 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구청 측이 A씨에게 처분을 경감받을 사유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관련 법에서는 위반 정도가 경미하거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처분을 경감토록 하고 있는데, A씨가 이번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 판사는 "감경사유가 있음에도 고려하지 않았거나, 또는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해 감경하지 않았다면 재량권 불행사에 해당한다"라며 "즉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기에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사유"라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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