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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오염수 갈등①] 반일 감정 들끓는 중국…'소일본' 욕설까지 등장

등록 2023.08.29 14:56:31수정 2023.09.05 11: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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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국유화 선언 당시처럼 전국시위 발생 우려 제기

일식집 운영하는 중국인 사장, 가게 부수는 영상도 나돌아

일본 단체여행 취소 잇따라…"중국 정부가 반일 묵인" 주장도

[서울=뉴시스] 지난 26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슈퍼리그 칭다오와 창춘팀의 경기 현장. 당시 경기장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을 모욕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사진출처: 웨이보> 2023.08.29

[서울=뉴시스] 지난 26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슈퍼리그 칭다오와 창춘팀의 경기 현장. 당시 경기장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을 모욕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사진출처: 웨이보> 2023.08.29


중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지난 24일 강행하면서부터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본으로 허용됐던 중국인 단체여행이 취소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외교적 갈등으로 번졌다.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수준까지 치달을 분위기다. 뉴시스는 3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 [중·일 오염수 갈등]을 연재, 양국의 갈등 관계를 짚어보고 한국의 외교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해 본다. /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면서 중국에서는 ‘샤오르번(소일본 小日本)'이라는 욕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일본인을 지징하는 용어로 경멸적인 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서 반일 정서가 확산고 있다.

일본이 지난 24일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자 중국 세관 당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본 화장품,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 보이콧과 일본 단체여행 취소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반일 감정으로 들끓는 중국....’소일본‘ 표현 재등장


중국인들의 반일 정서는 이미 들끓고 있는 상태다.

29일 왕이 뉴스채널 등에 따르면 중국 슈퍼리그 칭다오와 창춘팀의 축구 경기 현장에서는 관중들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을 모욕하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일부 칭다오 축구팬들이 경기와 전혀 무관하게 “샤오르번을 죽여버리자”는 등 구호를 외쳤고, 다른 팬들이 동조하면서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샤오르번이라는 표현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은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했고, 이로 인해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당시다.

2012년엔 중국 내 일본계 기업의 건물이 파괴됐고, 많은 방화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인들이 폭행당하고 일본계 백화점 등이 약탈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5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구이저우성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중국인 사장이 직접 가게를 부수는 짧은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 영상이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서 한 남성은 장대를 들고 천장에 달린 일본풍 인테리어 소품을 때려 부수거나, 선반에 놓여있는 소품을 파손했다. 그는 또 가게 벽에 붙어있던 일본 애니메이션 포스터들을 거칠게 떼어내기도 했다. 영상에서 남성은 일본식 술집을 중식당으로 바꿀 것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영상이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고조된 중국 내 반일 감정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반일 감정 속 일본 경제 피해 불가피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구이저우성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중국인 사장이 직접 가게를 파손하면서 벽에 있는 일본 관련 포스터를 뜯고 있는 모습. 2023.08.29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구이저우성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중국인 사장이 직접 가게를 파손하면서 벽에 있는 일본 관련 포스터를 뜯고 있는 모습. 2023.08.29

반일 감정으로 일본의 경제적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중국의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로 일본 수산업계는 직격타를 입게 됐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871억엔(약 7850억원)으로,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 중 가장 큰 22.5%에 달하는 규모다. 홍콩 역시 일본 수산물 수출액의 19.9%에 이르는 등 전체 수출의 약 42.4%가 중화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연관된 일본 제품 보이콧은 지난 6월부터 감지됐다. 당시 일부 중국 네티즌이 제품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본 화장품 브랜드를 정리한 리스트를 소셜미디어로 공유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카오, SK-II, 슈에무라, 무인양품 등이 포함됐다.

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자 이런 리스트는 더 눈길을 끌었고, 더 많은 사람이 불매운동에 동조해 나섰다.

관련 일본 업체들이 긴급 성명을 통해 중국 고객을 안심시켰지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불투명하다.

아울러 국경절 연휴(9월29~10월 6일)를 앞두고 중국에서는 일본 단체여행의 예약 취소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다수 중국 여행사는 국경절 연휴를 계기로 일본 단체 관광 상품을 내놓기로 한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일 감정이 확산하면서 국경절 특수는 고사하고 중국에 머물고 있거나 중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의 안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하면서 중국에 머물고 있거나 중국을 방문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일 정서를 부추기는 온라인상의 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묵인'도 반일 움직임이 단기간 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가 된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을 엄격히 통제해 왔는데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글들이 삭제되지 않는 것은 당국이 이런 유형의 글이 검열하지 않고, 반일 움직임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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