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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이 손을 대자, '악마의 협주곡'도 애잔해졌다[리뷰]

등록 2024.05.13 13:56:20수정 2024.05.13 14: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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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협연

[서울=뉴시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4.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4.05.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격정적인 몸짓은 짙은 애수의 선율을 뿜어내며 객석을 사로잡았다.

일명 '악마의 협주곡'으로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박재홍의 열정적이고 정교한 타건으로 더욱 빛이 났다. 객석에서는 감탄을 자아내는 잇단 탄성과 함께 몰입감이 최고조로 달했다.

지난 12일 디비트 라일란드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선 박재홍은 특유의 섬세하고 정확한 기교가 빛났다는 호평을 남겼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2021년 부소니 국제 콩쿠르에서 박재홍에게 우승의 영예를 안긴 곡이다. 라흐마니노프가 서방으로 망명하기 전 남긴 작품으로 초고난이도 기교와 극적인 예술성을 요구한다.

오케스트라의 서주로 시작하는 1악장은 차분하면서도 음울한 선율로 곡을 열었다. 후반부 카텐차(협주곡에서 독주자가 기교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된 무반주 연주 구간)는 음악적 쾌감이 컸다. 박재홍은 낮은 음부터 높은 음으로 미끄러지듯 질주하며 라흐마니노프의 낭만주의 서사를 확장했다.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누르는 건반마다 응축된 감정들이 내려앉았다.

이어진 2악장에서 박재홍은 부드러운 호흡으로 곡의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오케스트라의 서정적 반주에 맞춰 여린 음을 낮게 뱉어내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기도 했다. 고개를 완전히 건반 위에 숙인 채 고뇌 하는 듯 신중하게 건반을 고르는 모습은 객석을 매료 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뉴시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4.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4.05.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악장에선 다시 힘차게 절정으로 치닫는 연주를 이어갔다. 롤러코스터처럼 거침없이 상·하행을 오가다가 특정 구간에서 온 몸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건반을 내리치며 박진감을 만들어내 관객들은 순간 탄성을 내며 연주에 몰입했다.

극적으로 점철되는 곡의 흐름에도 박재홍은 어느 한 곳이든 과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이어가며 라흐마니노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좋은 연주자는 작곡가의 유언장을 제대로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라일란드 예술감독이 두 팔을 벌리자 박재홍은 아이처럼 머리를 파 묻으며 안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재홍은 올해 말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다. 내년 3월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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