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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 "6000매 넘는 대하소설, 7번 퇴고 토할 것 같았다"

등록 2023.09.19 14:26:56수정 2023.09.19 2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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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정해박해 다룬 '사랑과 혁명' 출간

종교소설은 경계...곡성에서 '마을 소설가' 생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탁환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랑과 혁명'은 1827년(순조 27) 정해 년에 전라남도 곡성을 시발로 경상북도 상주, 충청도와 서울의 일부에까지 파급되었던 천주교 박해의 옥사(獄事)인 '정해박해'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3권으로 풀어낸 대작이다. 2023.09.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탁환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랑과 혁명'은 1827년(순조 27) 정해 년에 전라남도 곡성을 시발로 경상북도 상주, 충청도와 서울의 일부에까지 파급되었던 천주교 박해의 옥사(獄事)인 '정해박해'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3권으로 풀어낸 대작이다. 2023.09.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1800년대를 쓰는 건 저에게 숙제와 같았어요."

소설가 김탁환이 1827년 정해박해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을 펴냈다.

19일 김 작가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책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그간 쓴 역사소설 중 가장 어깨에서 힘을 많이 뺀 소설"이라며 "(정해박해에 대해 다뤘지만) 천주교와 천주교가 아닌 것들의 충돌에 관해 쓴 것이기 때문에 천주교 소설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탁환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랑과 혁명'은 1827년(순조 27) 정해 년에 전라남도 곡성을 시발로 경상북도 상주, 충청도와 서울의 일부에까지 파급되었던 천주교 박해의 옥사(獄事)인 '정해박해'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3권으로 풀어낸 대작이다. 2023.09.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탁환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랑과 혁명'은 1827년(순조 27) 정해 년에 전라남도 곡성을 시발로 경상북도 상주, 충청도와 서울의 일부에까지 파급되었던 천주교 박해의 옥사(獄事)인 '정해박해'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3권으로 풀어낸 대작이다. 2023.09.19. [email protected]


총 3권, 6000매 분량의 이번 신작 '사랑과 혁명'은 김 작가가 4년 만에 쓴 역사소설이다. 그간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등 수많은 역사소설을 펴낸 김탁환은 2018년 전남 곡성으로 내려가 실제로 그곳에서 발생한 천주교 탄압을 배경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조선시대 후기에 대해 역사소설을 쓰면서 1700년대와 개화기 이후에 대해서는 계속 다뤘지만 1800년대를 쓸 수 있을까 걱정하고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2014년부터 1800년대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그 당시 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후련함을 보였다.

김 작가는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현장 속에서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그는 정해박해 당시 감옥이 있던 자리에 성당을 세운 옥터 성지인 곡성성당을 방문해 "복원된 감옥을 보곤 전기가 찌릿하고 왔다"며 당시 경험을 회상했다.

"1년 반 전에는 곡성성당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어요. 내 소설의 등장인물이 갇히고 고문받은 곳에서 살면서 소설을 쓰게 된 거죠. 27년간 소설을 쓰면서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인물들이 살던 곳 바로 앞에 살면서 상상이 더 잘 됐어요."

소설은 단순히 1827년에 일어난 천주교 박해만을 다루지 않는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곡성으로 도망친 신자들의 이야기부터 정해박해 이후 붙잡혀 12년간 장기수로 복역한 이들의 이야기까지 다루면서 소설은 지금의 분량이 됐다.

작가는 "원래는 2권에 해당하는 천주교 탄압만을 다루려고 했다"며 "그러나 단순히 당시 사람들이 배교를 하거나 순교한 것만을 쓰는 건 양심에 찔렸다. 1801년부터 27년 간 얼마나 힘겹게 마을을 지켜내고 이겨냈는지, 1827년 이후 고통 속에 살아갔는지 써야 했다"며 대하소설이 완성된 배경을 말했다.

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지만 '종교소설'로만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곡성에서의 제 경험과 마을 이웃의 경험도 녹아있다 보니 종교소설인 것 같으면서도 생태소설이나 사회소설 같기도 하다"며 "1800년대 암흑기를 다루면서 그 암흑기 속에서 어떻게 마을을 만들 것인지가 큰 화두"였다고 설명했다.

"역사소설을 쓰면서도 옛 이야기를 쓴다고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정치소설을 쓰는 거죠. 소설이 당대 이야기에 개입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써왔어요."

6000매가 넘는 대하소설을 쓰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7번의 대하소설 퇴고에 정말 토할 것 같았다"는 김 작가는 "대하소설은 독자는 물론 작가도 기피하는 장르다. (곡성에서) 농사를 조금 더 지어보고 체력이 받쳐준다면 한 번 정도는 더 하고 싶지만 가족이 말리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김 작가는 앞으로도 곡성에서 '마을 소설가'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곡성을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보다는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이라고 표현한 그는 "마을에 이번 소설 주인공의 이름을 딴 '들녘의 마음'이라는 책방을 내기도 했다. 계속 이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고 고민하고 깨달은 것을 써갈 것 같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곡성에 가면 골짜기가 있는데 1800년대에는 천주교 신자가 지나갔던 그 길을 이후에 동학도가 다시 가고 또 해방 이후에는 빨치산이 지나갔어요. 시대정신이 깃든 그 골짜기를 보면서 제가 곡성에 간 것도, 옥터 옆에서 밭을 일구면서 소설을 쓰게 된 것도 '소설의 신'이 1800년대를 잘 쓰라고 보내신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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