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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자비 실천"…구인 스님, 16년째 무료 국수 봉사

등록 2023.10.04 10:19:57수정 2023.10.04 1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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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부처님의 자비이자 보리심의 실천"

재원 마련과 자원봉사자 모집 애로

무료 국수 봉사하는 부일사 구인 스님

무료 국수 봉사하는 부일사 구인 스님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봉사는 부처님의 자비이자 보살·처사에겐 보리심의 실천입니다."

16년 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료 국수 봉사를 하고 있는 경북 포항시 장기면 학삼산 부일사 주지 구인 스님의 말씀이다.

구인 스님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난 2007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16년 동안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어김없이 오천읍 행정복지센터 뒷 담벼락에 천막을 치고 무료 국수 봉사를 하고 있다.

하절기와 동절기 기온이 높게 올라가거나 낮게 떨어질 때 2달 가량을 제외하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화요일 무료 국수 봉사를 하고 있다.

구인 스님은 지난 2007년 처음 국수 무료 봉사에 나설 당시는 현재와 같이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지 않아 재원 마련과 자원봉사자 모집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이에 장소와 수돗물만 제공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라도 무료 국수봉사를 하기로 했다.
 
재원은 절 살림살이를 줄여 무료 국수 봉사로 돌리고 자원봉사는 신도들에게 '나눔의 미학인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자'며 동참을 유도했다.

그 결과 당시 40~50대 신도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무료 국수 봉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큰 절도 하지 못하는 무료 국수 봉사를 조그만 사찰에서 한다'며 '잘 할 수 있을 까'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 본심이 알려지자 주변 교회 목사님은 물론 타 종교 신도들도 관심을 보이며 하나둘 참여하기 시작했다.

장소도 처음에는 당시 오천농협(조합장 장상만)에서 제공한 공터에서 시작했지만 오천농협이 개축되면서 지난 2010년 현재의 오천읍 행정복지센터 뒷편으로 옮겨졌다.

당시에는 후원도 없어 국수를 한 박스 단위가 아닌 한 꾸러미 단위로 샀고 김치와 고명은 전날 밤 절에서 직접 만들어 조달했다.
16년 째 무료 국수 봉사하는 부일사 구인 스님

16년 째 무료 국수 봉사하는 부일사 구인 스님


한 달에 비용만 70만원(당시 기준) 가량이 소요돼 절 재정에 부담됐지만 찾아오는 노인들과 방문객들을 나몰라라 할 수 없어 절 살림을 줄여 충당했다.

자원봉사자들도 40~50대 이던 인사들이 세월이 흘러 60~70대가 되면서 하나둘 빠져 나가 자연스레 손 바뀜이 생겼다. 현재는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봉사하고 있다. 현재 10년 이상 된 자원봉사자는 4~5명이 남아 있다.

불교를 모르는 인사들도 국수를 먹고 가면서 '큰 절도 안 하는 데 대견하다'며 '국수 값에 보태라'며 1000원씩, 2000원씩 주고 가기도 했다.

'종교는 달라도 음식 맛은 같다'며 맛있게 먹고 갔다. 최근에는 정치인들도 많이 오지만 정치적 색깔 없이 국수 맛 있게 감사하게 먹고 가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많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 잦아지면서 변변한 점포라도 있었으면 봉사자들이 이 같이 천막을 치고 설비를 옮기는 데 '생고생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이마저 '호사'라고 여겨 입 밖에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상이변으로 무덥거나 매섭게 추운 날이 많아지면서 수돗물과 전기가 들어오는 공적 공간이라도 임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부일사는 작은 절이지만 현재 부처님의 도량을 장엄하게 꾸미는 단청 불사를 하고 있다.

구인 스님은 "수행의 방편으로 무료 국수 봉사를 통해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며 "'자비실천과 행복 나눔 도량' 부일사는 힘 닫는 날까지 노인 공경하는 마음, 베푸는 마음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사자들이 보람을 느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며 "다른 절에서 무료 국수봉사를 하려고 해도 봉사자들이 없어 못한다고 들었다며 봉사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죽을 때 까지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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