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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무한 개인공매도, 계약은 5분컷"…독일까 약일까

등록 2023.11.27 10:14:22수정 2023.11.27 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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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사모 등 유사 위험 거래에 비해 낮은 문턱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제도 개선 방향, 개인에게 유리하지 않다" 지적

"손실 무한 개인공매도, 계약은 5분컷"…독일까 약일까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경기 고양시에 사는 40대 투자자 A씨 지난해 6월 2500만원을 투자, 약 13개월의 기간 동안 2억2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원금 전액이 사라진 것을 넘어 초과로 8배 넘는 손실까지 생겨난 것이다.

A씨가 한 투자는 대주거래, 즉 개인 공매도였다. 공매도는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보기 때문에 주가가 무한정 오르면 이론적으로 손실도 끝없이 커진다. 이에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측면에서 개인 공매도 거래 문턱을 낮추는 제도 개선은 개인들에게 위험천만한 도박장을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 단체는 공매도 제도 개선의 외침이 투명한 거래 환경 조성과 기관들의 무기한 공매도 제한에 대한 요구이지, 개인들을 위험한 공매도에 쉽게 노출시키는 방향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분 만에 가입, 돌이킬 수 없는 손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가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증권사에 민원으로 제기됐다.

민원 내용에 따르면 따르면 투자자 A씨는 대주거래에 나섰다가 원금을 크게 웃도는 손실을 보고 전세대출, 보험약관대출, 신용대출 등으로 초과 손실을 갚아야 했다.

이 같이 큰 손실이 발생한 건 대주거래의 투자위험 수준이 초고위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와 미리 팔고 해당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싼값에 되사와서 주식을 갚는 거래다. 네트워크가 잘 돼 있는 기관들은 일대일로 주식을 빌려(대차) 공매도를 하지만, 개인은 주로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고(대주) 그 즉시 매도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공매도를 한다. 일반적으로는 대주거래, 신용대주라는 용어를 쓴다.

주가 상승에 베팅하면 주가가 0원까지밖에 떨어지지 않지만, 상승은 무제한이기 때문에 이론상 손실은 무한정 커질 수 있다. 위험하다고 알려진 선물·옵션 등 파생 상품과 비교해도 위험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손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증권사가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데, A씨는 매번 대출을 끌어와서까지 증거금을 채워넣었다. 증거금을 내지 못하면 강제 청산돼 손실이 더 커지는 건 막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다. A씨는 최초 상환 기한이었던 3개월을 세번 연장해가면서까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었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투자 당시 A씨는 대주거래가 만기가 있는 금융상품처럼 손실이 나면 증거금을 넣어서라도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거라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주가지수는 장기 우상향 곡선을 나타내기 때문에 공매도 등 숏 포지션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전재산을 잃은 A씨는 이 같이 위험한 투자를 하는데 그 방식이 너무나 쉬웠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증권사가 투자 적합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이 같이 위험한 상품에 투자해도 되는지 자산이나 연봉 등을 따지는 절차도 없었으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5분만에 약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민원을 기각했다. 해당 증권사를 대상으로도 점검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신용 약정 계약시 MTS에서 약관, 핵심 설명서, 설명서 등을 읽어보고 '동의'를 누르게 하고 있으며, 원금 초과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내용의 '대주 위험고지'에도 투자자가 동의를 완료해야 계약이 성사되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온라인이어도 상관없다는 게 금융당국 금융소비자보호법 담당자의 설명이다.

신용 약정 전에 투자자는 금융투자교육원 사전교육 영상 30분을 듣고 모의거래 1시간까지 수료한 뒤 이를 인증해야 가능하지만, 모든 것은 온라인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위험 대비 접근성 너무 높아"…투자자 보호 어디로

다만 법적인 문제를 떠나 현 제도가 개인 투자자 보호에 충분한지는 별개로 논의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원금 이상으로 손실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거래임에도 유사한 위험 수준의 거래(파생 등)에 비해 문턱이 턱없이 낮아,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만 들이밀 수 없단 지적이다.

우선 최근 막대한 미수금을 발생시켜 논란이 됐던 차액결제거래(CFD)는 '전문 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하다. 전문 투자자 등록증을 받으려면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 이상 있어야 하며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순자산이 5억원 이상, 혹은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관련 자료를 제출해 증권사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비로소 전문투자자가 되고 CFD가 가능해, 투자자가 기계적으로 '동의', '읽고 확인했습니다'만 누른다고 가입되지 않는다.

CFD는 레버리지가 2.5배 수준으로 공매도보다 위험이 크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대로 대주 담보 비율을 105%로 한다면, 대주 거래 레버리지는 20배까지 가능하다.

많아야 원금 손실 수준인 사모펀드도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겪으면서 최소 투자금액이 3억원으로 상향됐다. 3억원 이상을 넣을 수 있는 자산가가 아니면 투자가 어려운 셈이다.

10배 넘는 레버리지, 공매도와 같은 숏포지션(하락 베팅)이 가능한 초고위험 거래인 선물·옵션도 대주거래에 비하면 진입 문턱이 높다. 사전교육을 최소 3시간, 많으면 10시간까지 들어야 하며 모의거래도 이수해야 한다. 또 투자자별로 기본예탁금이 단계별로 설정돼있으며, 주로 1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반면 개인 대주는 30분의 강의를 듣고 모의거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1시간 만지면 그 뒤 5분 만에 가입이 가능하다. 전문 투자자가 예탁금이나 최소 거래 대금은 없다.

교육영상이 있다지만, 증권사 직원들에게도 대주 거래는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 약정을 맺는 방식이다보니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담당 직원이 붙는 것도 아니고, 워낙 투자자 수가 적어 지점에 문의를 줘도 직원이 다시 공부하고 알려줘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A씨처럼 장기간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만 증권사의 뚜렷한 역할은 없었다. A씨는 상환 기한이었던 3개월을 세번 연장해가면서까지 밑빠진 독에 물을 넣어왔다. 공매도는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으로, 개인들의 평균 공매도 기간은 9일 정도다.

다만 A씨는 증권사 직원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으니 연장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증권사는 A씨가 요구했다고 서로 엇갈리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는 신용약정 계약 이후로는 추가로 위험 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

아직 개인 공매도 투자자 수는 많지 않은 편임에도 금융투자협회로는 유사한 민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더 낮아지는 문턱, 괜찮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 공매도 문턱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또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개인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기관만큼 완화하는 내용의 추가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대주 상환 기간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났으며, 그마저도 증권사별로 상환 기간을 제한없이 3개월 단위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싸고 위험이 커 개인이 장기로 투자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이를 크게 늘린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신용대주 거래자의 평균 상환 기간은 9.0일로, 투자자의 75%가 9일 이내 주식을 상환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상환 기간을 더 늘리고, 담보 비율은 기관과 같은 105%로 낮추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이 같은 내용의 공매도 제도 개선 초안을 발표했다. 국회에 발의된 수많은 공매도 법안들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이 같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진 건 개인과 기관 간 거래 형평성을 맞추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간 개인들은 기관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며 돈을 벌고 있고, 그 과정에서 주가 하락을 야기하는 불공정거래나 무차입 공매도 등이 만연할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며, 애초에 공정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비판해왔다.

이 과정에서 낮아지는 공매도의 문턱에 개인 투자자가 오히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는 상환 기간이 길다고 유리한 투자가 아니며 개인들의 대주 기간도 애초에 길지 않아 개인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개인을 위한 길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개인 투자자 단체 사이에서도 '불법공매도 엄벌'과 '투명한 거래 환경 조성'이 포인트지, 개인들의 공매도를 쉽게 해달란 요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최근 올라온 국회 국민청원의 내용은 기관과 개인 모두 상환기간을 90일 이하로 줄이고, 담보비율도 130%로 똑같이 높이자는 주장을 골자로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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