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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 음반 낸 진은숙 "평생 해온 작업의 결실 같아"[문화人터뷰]

등록 2023.11.30 11: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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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진은숙 ⓒ구본숙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곡가 진은숙 ⓒ구본숙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너무 기뻐요. 평생 해온 작업의 결실이 나온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이 작곡가 진은숙(62)의 작품들을 녹음한 음반 '베를린필 진은숙 에디션'을 발매했다. CD 2장과 블루레이 디스크 1장, 작품 해설을 담은 소책자로 구성된 이 음반에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베를린필이 연주한 진은숙의 주요 관현악곡과 협주곡이 담겼다.

1882년 창단해 141년의 역사를 가진 베를린필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악단이다. 이런 베를린필이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음반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16/2017 시즌 상주음악가였던 존 애덤스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진은숙은 30일 뉴시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2005년 처음 베를린필과 바이올린협주곡을 할 때만 해도 저는 젊은 작곡가 축에 속했고, 일회성으로 끝날 지 아니면 협업이 이어질 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다"며 "단원들도, 오케스트라도 협업을 계속 이어가자는 판단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니 저로서는 당연히 너무 영광"이라고 했다.

진은숙은 "(보수적인 유럽 클래식계에서 여성, 아시아계 작곡가로 활동하며) 엄청나게 어려운 면이 많았다"며 "작곡을 하기로 결심하고 작곡가로서 그냥 꾸준히 제 일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외부에서 인정받고 유명해지는 것은 저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음악 안에서 기쁨을 찾고, 음악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게 중요했죠. 지금도 그래요. 제 생존의 원동력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제 안에 있습니다."

베를린필과 진은숙은 2015년 이 에디션을 출반하기로 하고 무려 8년간 작업을 이어 왔다. 사이먼 래틀, 정명훈, 대니얼 하딩, 사카리 오라모 등 거장이 지휘하고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가 협연을 맡았다.

"오케스트라와 음반을 내는 작업은 워낙 오랜 기간이 걸려요. 음반을 내기로 하고 이런 곡 저런 곡을 넣자고 한 후에 그 곡이 악단의 연주프로그램에 들어가기까지 몇 년이 걸리죠. 보통 연주 프로그램을 3~4년 전에 미리 정해두고 가거든요. 특히 유럽 오케스트라와 작업할 때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고, 유럽의 클래식 음악계는 멈춰섰다. 진은숙은 "코로나까지 오면서 일정이 많이 어그러졌고, 코로나가 끝난 후엔 음반이 빨라야 2025년에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며 "베를린필이 굉장히 노력해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연기됐던 피아노 콘체르토와 로카나까지 빠른 연주가 이뤄졌어요. 그래서 녹음이 가능했던 거죠."
베를린필하모닉 '진은숙 에디션' 음반.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필하모닉 '진은숙 에디션' 음반.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필은 최근 카카오톡 한국어 채널을 개설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을 내년 상주 음악가로 선정하는 등 한국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베를린필의 음악인 양성기관 카라얀 아카데미도 경기 광주 곤지암국제음악제와 업무 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관악 연주자 발굴을 위한 오디션을 한국에서 개최한다.

진은숙은 "팬데믹 이후 보수적이고 닫혀있던 유럽의 음악계가 아시아에 문을 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아시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보인다"며 "최고 수준의 한국 솔리스트들이 워낙 많이 나오고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이 세계 클래식계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와는 완전 다른 세상이 됐어요. 젊은 후배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굉장히 기쁘기도 합니다. 정말 경이롭고 즐거운 일이에요."

진은숙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함부르크 음대에서 거장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그로마이어) 상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작곡가 진은숙 ⓒ구본숙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곡가 진은숙 ⓒ구본숙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앙상블 모데른, 클랑포룸 빈 등 현대음악 전문 악단들이 진은숙의 작품을 위촉, 연주했다. 202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는 2025년 2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초연될 두 번째 오페라를 작곡 중이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 천재 볼프강 파울리와 정신의학자 카를 융의 만남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곡은 물론 대본까지 직접 썼다. 그는 "굉장히 큰 프로젝트"라며 "다른 여러가지 작업들도 잡혀 있지만 이 오페라를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제 인생의 목표는 좋은 작품을 쓰는 겁니다. 그 외에는 어떠한 목표도 있을 수가 없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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