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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정 "인간답게 하는 유일한 일 '소설쓰기'"[신재우의 작가만세]

등록 2023.12.02 0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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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젊은작가상 수상

최근 소설 '삼색도'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3 젊은작가상' 수상한 현호정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현 작가는 최근 단편소설 '삼색도'를 출간했다. 2023.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3 젊은작가상' 수상한 현호정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현 작가는 최근 단편소설 '삼색도'를 출간했다. 2023.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현호정(30)은 작가가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일 것이다. 생각이 난 것을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상 밑으로 들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쓴 장편소설 '단명소녀 투쟁기'가 박지리문학상에 덜컥 당선돼 그는 작가가 됐다.

현호정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폭넓고 참신한 이야기를 가득 품은 작가라는 평이 자자했다. 많은 기대 속에 그는 올해 단편 '연필 샌드위치'로 젊은작가상를 거머쥐었다.

현호정 자신도 "글쓰기는 내가 인간답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한다. 약속시간에 맞추는 것도 서툴고 의욕과 욕심도 없는 그에게 글쓰기는 유일하게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출간한 '삼색도' 또한 현호정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세종 시대 세자빈이었다가 궁녀와의 동성애 스캔들로 폐위된 순빈 봉씨의 이야기에서 착안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섹슈얼리티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최근 현호정 작가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가 만들어온 소설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3 젊은작가상' 수상한 현호정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현 작가는 최근 단편소설 '삼색도'를 출간했다. 2023.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3 젊은작가상' 수상한 현호정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현 작가는 최근 단편소설 '삼색도'를 출간했다. 2023.12.02. pak7130@newsis.com

현호정의 소설은 "하나로 모인 여러 생각의 물줄기"

"너무 생각이 많아요. 그게 꺼지지 않아서 괴롭고 졸리기도 하고…"

현호정은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기후 위기부터 페미니즘, 최근의 이-팔 전쟁까지 너무 많은 생각은 그를 괴롭히는 동시에 쓰게 만든다. 그는 이런 자신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작에 예감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서야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고등학교 시절까지의 인간관계를 "원하는 답을 말하는 연기 같았다"고 표현한 그는 누군가와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를 대학에 와서야 얻었다.

현호정은 졸업 후 취직한 출판사에서 4년간 근무하고는 과감하게 전업 작가를 선언했다. 전업 작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2번씩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지만 그는 "나 혼자 책상 밑에서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작가 뿐"이라며 만족했다.

이런 개성과 끊기지 않은 생각은 현호정 소설의 스타일이 됐다.

신작 '삼색도'에는 순빈 봉씨의 이야기에 다자연애(폴리아모리), 퀴어는 물론 조선시대 최초로 한국에 왔던 코끼리의 사연까지 섞여 들었다.

"제 소설은 제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생각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진 거에요."

그는 이 때문에 자신이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걸린 시간을 "30년"이라고 표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3 젊은작가상' 수상한 현호정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현 작가는 최근 소설 '삼색도'를 출간했다. 2023.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3 젊은작가상' 수상한 현호정 작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현 작가는 최근 소설 '삼색도'를  출간했다. 2023.12.02. pak7130@newsis.com


"'어쩌면 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인가 보다.' 태애는 생각했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사람과 사랑, 그것은 애초에 비슷한 말이 아닌지."('삼색도' 중에서)

등단 후 "사랑의 힘을 믿는다"며 "누군가에게 멋진 여성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요즘 "인류가 언제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런 마음으로 그저 휴대폰 메모과 종이 메모장에 글을 쓰고 또 쓴다. 그렇게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가 10개의 파일로 남아있다.

소설을 쓰면서 현호정은 자신이 쓴 소설을 닮아가고 있다. 마치 "오늘의 운세를 의식해 하루를 살아가듯 내가 쓴 이야기에 영향을 받게 된 것 같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낯설지만 부드러운 몸짓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는 이렇게 작가로 남을래요. 이런 걱정이 아니더라도 인생은 어차피 힘들잖아요."

다른 생이 주어져도 작가를 선택하겠다는 현호정은 이제 곧 31년간 써온 이야기를 풀기 위해 침대 위에서, 또 책상 밑에서 다시 글을 쓸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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