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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본 투자 앞둔 에이블리, '2조 vs 9000억' 오락가락 기업가치 논란

등록 2024.04.30 13:50:26수정 2024.04.30 18: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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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알리바바서 1000억대 투자 유력 검토 중

시장 평가 9000억 vs 에이블리 자평 2조 '격차'

"계약종료 안됐는데 '비밀유지' 관행 깨" 지적도

(사진=에이블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에이블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동대문 여성 보세 패션앱 에이블리가 최근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2조원대' 기업 가치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자본 시장에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해보더라도 실적, 고객 수, 사업 다각화를 통한 미래 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이 피투자 기업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 업계 및 패션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현재 에이블리 측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블리 운영사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측은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PP), 영국 투자기업 퍼미라(Permira) 등과도 투자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들 모두 투자 검토를 철회하고 협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OTPP 등에서 에이블리의 요청에 못 이긴 척 미팅을 진행했으나 애초부터 투자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퍼미라 역시 딜 검토 자체를 진행하지 않고 드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알리바바는 에이블리의 기업 가치를 9000억원 정도로 산정해 10% 안팎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는 1000억원대 투자를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블리 측은 자신들이 "2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신주 발행 기준이라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알리바바는 실사 과정을 거쳐 에이블리의 구주에 대해 5000억원 수준, 신주 발행시 최대 2조원대 수준을 믹스해 최종 밸류에이션 9000억원을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신주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지난해까지 자본 잠식 상태였던 에이블리가 단숨에 2조원대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가까운 비교 군으로 꼽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경우 연 매출이 1조원에 달하고 글로벌 사업, 오프라인 진출 등으로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확장이 안정됐다는 시장 평가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7월 KKR, 웰링턴 매니지먼트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3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로 인정받았다.
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이블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으로 19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 영업이익 33억원을 내며 사상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00억에 달하는 누적 적자로 인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에이블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자본잠식에 빠졌고, 2023년말 기준으로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자산총계 1129억원보다 많아 543억원 수준의 자본잠식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에이블리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에이블리가 투자를 마무리하고 난 이후에 어느 정도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에이블리처럼 희망하는 기업 가치와 실제 시장에서 평가하는 밸류 간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사례로 컬리를 꼽을 수 있다.

 컬리는 2021년 4조원대 수준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외부 불확실성으로 IPO가 미뤄졌고, 이후 2조원대 후반까지 기업 가치가 지속 하락했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시장과 투자자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가 걸려있는 문제다.

더욱이 에이블리의 경우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 논의 대상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는데, 투자 업계 특성상 이러한 협상 작업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투자 논의 과정에서 상호 간에 비밀유지 각서까지 체결하고 철통 보안을 지키는 게 업계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협의 중인 상대방까지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9000억원 정도 밸류가 맞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금액은 최종 투자유치 마무리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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