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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만 악성민원 피해?…공무직 89% "우리도 욕설·폭행 시달려"

등록 2024.05.29 13:23:28수정 2024.05.29 16: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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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

89.4%, 1년간 욕설·폭행·성희롱 등 한 가지 이상 겪어

공무원과 비슷한 업무 하지만 대책 마련은 공무원만

"보완 방안 고민을…협의체에 공무직 참여 보장해야"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기관 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기관 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 "민원인들이 각급 정부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원하는 해답을 얻지 못할 때,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국민콜110'입니다. 이곳에서는 민원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절정에 이르러 때로는 지나치게 거친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한 번은 한 민원인이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언급하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욕설로 부모님을 모욕했습니다.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전화를 끊은 후 깊은 상처와 서러움에 한참 동안 울었습니다." (정부민원안내콜센터 국민콜110 상담사 A씨)

#. "기초수급인 민원인과 상담 후 혈당이 너무 높아서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필요 없다며 돌아가려고 해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민원인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 너 몇 살이야"하며 저를 벽으로 밀치고 목을 조르려고 했습니다. 몇 분 뒤 경찰이 와서 분리되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그 민원인과는 계속 얼굴을 봐야 했습니다." (구청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담당자 B씨)

'공무원'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직' 노동자 중 89.4%는 최근 1년 동안 이러한 악성민원 피해를 한 가지 이상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달 초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공무직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어 이들에 대해서도 관련 조치를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무직은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민간 근로자를 말한다.

주민센터 민원창구 직원, 국민콜110 상담사, 방문 간호사, 사회복지사, 산불 진화대 등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공무원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다. 고용 형태는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며, 전국에 50만명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공무직도 공무원 못지 않게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공무직 노동자 2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4%가 최근 1년간 욕설, 협박, 폭행, 성희롱 등 악성 민원을 한 가지 이상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혼잣말 욕설이 79.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복 전화(77.6%), '아는 게 뭐냐', '할 일도 없는 주제에' 같은 인격모독 및 상해협박(73.7%), 직접 욕설(72.1%), 장시간 전화(71.8%), 보복성 행정 제보와 신고(63.9%) 등의 순이었다. 신체에 대한 폭력도 41.3%나 됐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2021년 9월6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에 마련된 임시 콜센터에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전담팀 직원들이 관련 전화 민원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 2021.09.06.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2021년 9월6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에 마련된 임시 콜센터에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전담팀 직원들이 관련 전화 민원을 응대하고 있는 모습. 2021.09.06. [email protected]

여성 응답자의 57.1%는 성희롱, 36.1%는 성추행 피해를 겪기도 했다.

한 방문 간호사는 "가정 방문 시 이불을 깔아 두고 '어서와' 라고 하거나 속옷만 입고 노출을 심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혈압·혈당 측정 시에는 손을 주무른다거나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악성민원 발생 시 이들이 대응하는 방법의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참는 것'(43.8%)이었다. 소속 기관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60.2%에 달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65.5%는 수면장애 등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으며, 34.9%는 심리 상담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공무직도 악성민원 피해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은 공무원만 해당될 뿐 공무직은 배제됐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는 대책 발표에서 단 한차례도 공무직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마치 정부기관 공무직은 존재하기 않거나 악성민원 피해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것처럼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악성민원 대책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거냐'며 박탈감을 호소하거나 모두가 기피하는 민원 업무가 공무직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3일 행안부 면담을 통해 대책의 차별 없는 적용을 촉구했으며 정부는 공무직은 물론 모든 민원 담당자에게 적용되는 것임을 확인했으나 여전히 세부 지침 등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가 정녕 악성민원 대책의 차별적 적용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보완 방안을 고민하고, 공무직 노조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관별 협의체 구성 시에도 공무직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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