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낮춰도 환자 부담 증가"…약가 인하, 뜻밖의 부작용[갈림길의 K바이오③]
2012년 약가인하시 소비자 부담 13.8%↑
"업계와 예측 가능한 약가제도 구축해야"
정부·산업계 공식적 협의·소통 창구 필요
건정심 업계역할 확대·R&D 지원책 마련
![[서울=뉴시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업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측 가능한 약가 체계 마련을 위해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사진=뉴시스 DB) 2025.1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29/NISI20250429_0001831065_web.jpg?rnd=20250429155142)
[서울=뉴시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업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측 가능한 약가 체계 마련을 위해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사진=뉴시스 DB) 2025.1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업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측 가능한 약가 체계 마련을 위해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12년 대대적인 일괄 약가 인하가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을 높이는 등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며,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대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며 투자와 연구개발(R&D) 전략을 재조정하는 현재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약가 인하했는데…"오히려 소비자 부담 높아져"
현행 약가 제도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인하 등 다양한 제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면서 중복 가격 인하 같이 기업의 투자 예측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제약업계가 이번 약가 개편과 유사한 제도로 꼽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는 시행 후 약품비 지출이 단기적으로 감소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증가하며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PBMA 정책보고서의 '약가인하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시 소비자 약제비 부담은 13.8% 증가했다.
제약기업들이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액 충격을 완화하고자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약품의 생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또 자체 생산 제품의 매출 비중이 줄고, 수입의약품 코프로모션의 비중이 늘어났다.
이러한 제약기업의 의약품 포트폴리오 구성 변화로 인해 소비자의 약품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국내 제약기업의 자체 생산 기반 및 공급 안정성도 약화될 우려도 있다.
정책 의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약가 제도는 소비자 부담 증가뿐 아니라 현장에서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으로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를 다시 도입할 시엔 현장에서 의약품 유통의 불투명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요양기관의 구매가격 인하 압력 강화로 초저가 낙찰과 과도한 할인 경쟁을 유발하고, 결국 CSO(판촉영업자) 의존 심화 등에 따른 편법, 위법적 영업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SO 대행사는 증가하는데 우회적 리베이트에 대한 실질적 검증장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소통창구 구축…예측 가능한 약가 제도 만들어야"
즉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공식 협의 및 거버넌스 의사결정 구조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로 꼽혔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개편안 발표에 앞서 의견 수렴 및 논의할 때 40%대로 인하되는 단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이정도로 강한 파급력이 있을지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원장은 "약가 정책이 의결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는 기업체들이 입김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현재 건정심 일부에 (기업들의) 역할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약가 협상 체계를 이상적 대안으로 꼽았다. 영국은 의약품가격 규제계획(PPRS)을 통해 제약바이오기업이 국민보건서비스(NHS) 매출로 올릴 수 있는 총 이익을 관리함으로써 약가를 간접적으로 규제한다. 또 5년마다 보건부와 영국 제약산업협회(ABPI)가 협의해 PPRS를 개정한다.
예측 가능한 약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현장에 대한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 R&D 지원정책과 약가 사후관리 정책 간의 충돌을 조정해야 한다.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KPBMA 정책보고서를 통해 "약가 사후관리 제도 정비와 R&D 투자 지속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이를 위해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시행 시기를 통합해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R-zone'을 도입해 저가공급 유인 및 재정관리 효율성을 증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zone은 합리적 조정 범위를 뜻한다. 의약품 실거래 가격과 약가 차이가 일정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약가인하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방식이다.
또한 "매출액 규모별 R&D 투자 기준을 마련해 혁신형 기업 여부와 무관하게 약가 인하율 차등 감면을 적용해 R&D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약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약가관리체계 개선을 통해 신약 개발 투자결정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적정 가치 평가 체계 장착을 통해 국내 신약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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