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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없는 집값 안정은 없다[기자수첩]

등록 2026.03.20 14:35:57수정 2026.03.20 14: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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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없는 집값 안정은 없다[기자수첩]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작 우리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서울 강북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취재하던 중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였지만,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현장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과열된 시장을 바로잡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투기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그 부담이 청년과 무주택자에게 전가되는 상황도 분명 존재한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다. 다만 문제는 정책의 무게추가 지나치게 수요 억제에만 쏠려 있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부터 세금 강화까지. 수요를 누르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열기를 식히는 데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 수요를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절한 시기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도 '1·29 대책'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 주요 입지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9·7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약 4만 가구를 추가 발굴하는 등 공급 물량을 확대한 것은 다행스럽다. 아직 실행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지자체와 주민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전체 공급 대상지 50개 지구 중 내년에 착공 가능한 곳은 서울 강서 군부지(918가구), 중랑구 면목행정복합타운(712가구), 영등포구 당산동 양육친화주택(380가구) 등 7곳에 불과하다. 이들 물량을 합쳐도 전체의 4.9%에 그친다.

또 선호도가 높은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1만 가구), 과천경마장·국군방첩사령부 부지(9800가구), 태릉골프장(6800가구), 성남 신규택지 2곳(6300가구) 등은 2028년 또는 2030년 이후로 착공이 계획돼 있어 단기간 내 체감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주택 공급 정책은 발표 자체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또 하나의 계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택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억눌린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되살아난다. '지금 아니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실수요 중심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급이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도심 내 양질의 주택을 적기에 공급하겠다는 신뢰를 시장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불안 심리가 완화되고, 투기 수요도 설 자리를 잃는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방향이 아니라 체감에 달려 있다. 현장에서 정책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신뢰는 흔들린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주택 공급 없는 집값 안정은 없다'는 원칙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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