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김태은 미술치료 에세이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은 어디로 가야 할까.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에서 오랫동안 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온 미술심리치료사 김태은 교수가 첫 에세이 '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비타북스)를 펴냈다. 암 환자의 마음을 보듬어온 미술치료 현장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암 전문 웹진 '아미랑'에 연재한 칼럼 45편을 엮었다. 병원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을 전한다.
저자는 서울여대 예술심리치료 교수이자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미술치료 수퍼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공인미술치료사(ATR) 자격을 갖고 오랜 시간 암 환자와 희귀질환자, 가족들의 곁을 지켜왔다.
책은 '나', '가족', '자연', '희망'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구성됐다. 암 진단 이후 무너진 자아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부터 가족 관계의 회복, 자연에서 얻는 생명력, 예술을 통한 희망의 복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그림이 반드시 훌륭한 작품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흰 도화지 위에 선 하나를 긋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고통을 객관화하고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미술치료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정서적 회복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치료 과정 내내 고집을 꺾지 않던 70대 암 환자가 붉은 노을을 그리며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 이야기, 임종을 앞둔 어머니가 딸들을 위해 요리 그림책을 남긴 사연 등이 담겼다.
특히 책 곳곳에 수록된 '숨 고르는 페이지'는 독자가 직접 선을 긋고 색을 채우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팀 미술치료사들과 함께 만든 활동지로, 결과물보다 과정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김태은 교수는 "그림을 그릴 재료가 없거나 작업할 힘이 없다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도 좋다"며 "아름다운 꽃을 떠올리는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도 스트레스와 통증은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미술치료의 다정한 진심과 사랑의 대화가 기다림과 인내 끝에 열매 맺는 기쁨을 공유하게 할 것"이라며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기도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는 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삶의 힘든 계절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도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듯, 그림 한 장은 때로 마음의 구급상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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