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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깨는건 양반, 부모 퇴직금까지…주식 '포모'에 발 묶인 청년들

등록 2026.08.19 05:00:00

적금 깨고 모은 돈까지…청년 투자자들 손실

"기회 놓칠라" 레버리지·영끌까지…손절 못해

전문가 "SNS 성공담은 착시…부채 투자 주의"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360.42포인트(5.98%) 하락한 5663.24에 마감한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17포인트(6.12%) 하락한 662.68포인트, 원·달러 환율은 15.8원 내린 1446.7원에 마감했다. 2026.07.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360.42포인트(5.98%) 하락한 5663.24에 마감한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17포인트(6.12%) 하락한 662.68포인트, 원·달러 환율은 15.8원 내린 1446.7원에 마감했다. 2026.07.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다솜 신유림 기자, 김범준 인턴기자 = "주식으로 외제차 한 대 뽑았다는 친구를 보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어요. 흔히 말하는 '포모(FOMO·소외공포감)'가 온 거죠."

올해 초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직장인 서모씨(35)는 모아둔 돈을 주식에 넣기 시작했다.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시작했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욕심이 커졌다.

결국 적금 1억원을 깨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베팅했다. 주식을 사들인 시점은 지난 7월 초였다. 당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2~3년은 괜찮겠다"는 믿음도 생겼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계좌는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서씨는 "거의 반토막이 나 지금 6000만원 정도 남은 것 같다"며 "결혼 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던 돈인데 사실상 연봉 하나를 날린 셈"이라고 했다.

자신의 투자금만 잃은 것도 아니다. 추가로 반도체 ETF에 넣은 돈이 있고 부모가 모아둔 퇴직금 일부도 반도체 ETF에 투자했다. 그는 "집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씨는 "다시 주가가 예전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국내 증시가 너무 불확실해서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손절매를 하자니 이미 너무 많이 잃었고 그대로 들고 있자니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어 주식 앱조차 열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대학생인 2003년생 A씨도 직접 벌어 모은 돈 500만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친구와 투자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삼성전자 주가가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별다른 고민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몇 달 동안 직접 일해 모은 돈 500만원을 삼성전자에 넣었지만 현재 남은 돈은 약 200만원이다. A씨는 "대학생에게 500만원은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라며 "순식간에 돈이 많이 사라진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생활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씨는 손실 이후 과소비를 피하고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미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 등 여러 금융상품에 돈을 넣은 상태여서 투자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이번 하락장에서 큰 손실을 봤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엄마 돈 2000만원을 몰래 가져와 투자했다가 700만원 손실 중"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소액으로 레버리지를 탔다가 한 달 월급 정도만 날렸다"며 "고점에 크게 들어간 사람들은 어떡하느냐"는 내용이 올라왔다. 사회초년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레버리지 잘못 탔다가 한 달 월급을 날리니 너무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6월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3구 아파트 모습. 2026.06.1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6월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3구 아파트 모습. 2026.06.14. [email protected]


청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주식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투자 욕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잇따르고, SNS를 통해 성공 사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나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투자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과 취업난 등으로 노동소득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청년층의 투자 심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사기 어렵다고 느끼면서 주식 등 금융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자산을 불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자신의 감당 능력을 넘어서는 경우다. 가진 돈이 많지 않은 청년들이 더 큰 수익을 기대하면서 레버리지나 대출까지 활용하면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는 축적한 자산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투자하려면 레버리지 같은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며 "위험한 투자를 했을 때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거나 무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SNS가 만들어내는 투자 성공의 ‘착시’도 문제로 꼽힌다. 수익을 낸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지만 손실을 본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만큼, SNS만 보면 마치 주변 사람들이 모두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다'는 조급함보다 자신의 자산 규모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범위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를 가지고 투자하는 경우 주식이 올라가는 만큼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성과를 반영하는 만큼 시장의 분위기만 보고 투자하기보다 개별 기업의 성과와 운영 방식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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