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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울릉도 '외로운 섬' 아니었다…"동해 한 공간"

등록 2026.09.26 08:40:00수정 2026.09.26 08:42:23

동북아역사재단 창립 20주년 특별전

간송 소장 '울릉도도' 공개…1711년 이전 제작 추정

동해안과 울릉도 연결해 영토 공간적 관계 표현

[서울=뉴시스]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울릉도도(鬱陵島圖)'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제공) 2026.09.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울릉도도(鬱陵島圖)'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제공) 2026.09.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조선 후기 제작된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울릉도도(鬱陵島圖)'에서 울릉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었다.

지도 화면 중심에 크게 자리 잡은 울릉도는 한반도 동해안 지역과 한 공간으로 연결돼 있다. 섬 안에는 산봉우리, 하천, 포구 등이 상세하게 표현됐다.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개막한 동북아역사재단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전 '하나의 지도, 두 개의 시선' 에서는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울릉도도'가 최초 실물로 공개됐다.

연구 결과 이 지도는 1694년 삼척영장 장한상(1656~1724)의 울릉도 수토(搜討·역사적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조사하고 관리한 활동) 기록을 토대로 그려졌으며, 현존하는 가장 이른 제작연대의 수토지도보다 앞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지도는 울릉도와 한반도 동해안을 함께 그려 넣은 유일한 수토지도이기도 하다. 조선이 울릉도를 본토와 연결된 영토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보영 동북아역사재단 학예사는 "지도 내용이 1694년 장한상의 수토 기록과 대부분 일치한다"며 "내용과 형식으로 볼 때 1711년 삼척영장 박석창(생몰년 미상)의 '울릉도도형(鬱陵島圖形)' 이전에 제작된 수토지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시를 통해 실물로 처음 공개된 '울릉도도'의 화면 중앙에는 사각형에 가까운 울릉도가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섬 윤곽을 따라 12지·8간·4괘를 조합한 24방위가 정교하게 표시돼 있다.

오른쪽 위에는 '울릉도도'라는 표제와 함께 섬 둘레가 150~160리에 이른다는 수치 정보가 명확하게 기록됐다.

지도에 담긴 지리 정보는 1694년 삼척영장 장한상이 울릉도를 조사한 뒤 남긴 '울릉도사적(鬱陵島事蹟)'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울릉도사적'에는 울릉도 기후, 지형, 식생, 동물 등 현장에서 관찰한 정보가 수록됐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확인한 사실도 기록돼 있어 조선 정부가 두 섬의 지리적 관계를 인식하고 관리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울릉도도'는 현재까지 알려진 다른 수토지도들과 달리 울릉도뿐 아니라 한반도 동해안까지 한 화면에 담았다. 지도 서쪽에는 동해안을 그리고 '양양(襄陽), 강릉(江陵), 삼척(三陟), 울진(蔚珍), 평해(平海)' 다섯 개 지역 지명이 표기됐다.
[서울=뉴시스].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울릉도도' 중 "自嶺東望見三峯"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제공)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울릉도도' 중 "自嶺東望見三峯"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제공)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동해안 지명 옆에는 '자 영동 망견 삼봉(自嶺東望見三峰·영동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삼봉이 보인다)'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한반도 본토에서 울릉도를 바라보고 관리하던 당대 조선인의 시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학예사는 "이는 다른 수토지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이 지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한반도와 울릉도의 공간적 관계를 함께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를 고립된 섬으로 그리지 않고 조선의 동해안과 연결된 공간 안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당시 영토 인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다. 울릉도 수토 과정에서 축적된 지리 정보가 개별 보고에 머물지 않고 지도 제작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은 1694년부터 1894년까지 약 200년 동안 울릉도에 정기적으로 수토관(搜討官)을 파견했다. 울릉도에 살던 주민을 본토로 데려오는 쇄환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섬을 방치하지 않고 2∼3년마다 관리들을 보내 지형, 해안, 주요 시설, 산물 등을 조사했다.

수토관들은 조사 결과를 보고서와 지도로 만들어 조정에 제출했다. 수십 차례 수토가 이뤄진 만큼 당초에는 많은 지도가 제작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실물이 확인된 수토지도는 '울릉도도'를 포함해 모두 7점이다.

기존에 제작연대가 분명한 가장 오래된 수토지도는 1711년 삼척영장 박석창이 울릉도를 답사한 뒤 제작한 '울릉도도형'이다.

이 지도에는 울릉도 산세, 하천, 해안선, 주요 장소와 시설이 상세하게 표현돼 있다. 박석창이 수토 과정에서 남긴 각석문의 위치도 '각석입표소'로 기록돼 현장 조사와 지도 제작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울릉도도형', 1711년작, (사진= 규장각 제공0 2026. 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울릉도도형', 1711년작,  (사진= 규장각 제공0 2026. 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간송 소장 '울릉도도'가 1694년 장한상의 조사 기록을 반영해 1711년 이전에 제작됐다는 추정이 확정될 경우, 조선 초기 울릉도 수토지도 제작과 발전 과정을 밝히는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94년 시작된 수토제도 초기 조사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지도에 옮겨지고 국가의 지리 지식으로 축적됐는지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1882년 검찰사 이규원(1833~1901)의 울릉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작된 '울릉도외도(鬱陵島外圖)'와 '울릉도내도(鬱陵島內圖)'에서는 이러한 기록 방식이 더 체계화된다.

'울릉도외도'에는 해안선과 주변 해역, 주요 산천 등 섬 전체 정보가 담겼다. '울릉도내도'에는 섬 내부의 산과 주요 지점·지명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두 지도는 200년 가까이 이어진 수토를 통해 현장 정보가 축적되고 지도가 정교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동북아역사재단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기획전시 '하나의 지도, 두 개의 시선' 기자간담회를 갖고 간송미술관 소장 '울릉도도' 복사본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26.09.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동북아역사재단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기획전시 '하나의 지도, 두 개의 시선' 기자간담회를 갖고 간송미술관 소장 '울릉도도' 복사본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26.09.21. [email protected]


간송 소장 '울릉도도'는 회화적 완성도도 높다. 울릉도의 험준한 암석과 산세를 묘사할 때는 동양화의 수직준(垂直皴·산이나 바위의 수직 절벽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 기법을 사용했다.

바다는 푸른색 단채(單彩·한 가지 빛깔로 색칠하는 것으로 미술이나 도자기에 사용되는 표현)와 반복적인 곡선으로 파도를 표현하는 수파법(水波法·주로 물결이나 물의 흐름을 표현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동암과 대암 등 특정 지형 생김새를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차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조선 후기 왕실과 관련된 서사 및 도화 활동을 담당하기 위해 도화서에서 임시로 차출되는 화원)이 제작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실장은 "그동안 울릉도 수토지도는 주로 작은 이미지로만 접할 수 있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 남아 있는 울릉도 수토지도의 실물과 복본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동북아역사재단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기획전시 '하나의 지도, 두 개의 시선' 기자간담회를 갖고 간송미술관 소장 '울릉도도' 사본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26.09.2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동북아역사재단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기획전시 '하나의 지도, 두 개의 시선' 기자간담회를 갖고 간송미술관 소장 '울릉도도' 사본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26.09.21. [email protected]


이번 전시는 서양 고지도와 조선 지도를 '탐험'과 '통치'라는 서로 다른 제작 목적을 중심으로 대비한다. 서양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항로와 교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한반도를 지도에 담았다면, 조선은 국토를 파악하고 통치하기 위한 행정 기록으로 지도를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김 학예사는 "조선에서는 각 지역 지리 정보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중앙에 보고했고, 이를 토대로 전국 지도와 군현 지도, 관찬 문헌을 만들었다"며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기록은 세종실록 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부터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만기요람(萬機要覽)'까지 계승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조선이 울릉도와 독도를 국가의 영토로 인식하고 행정 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별전 '하나의 지도, 두 개의 시선'은 오는 11월29일까지 독도체험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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