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쌀국수, 먹어봤다 별로더라…편견입니다

회사의 점심 시간에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쌀국수를 선호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 특히 기성세대는 쌀국수라면 손사래를 친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에 비해 너무도 비싼 가격과 특유의 강한 맛 탓이다. 그래서일까, 베트남 쌀국수는 도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명동 일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다르다. 베트남 쌀국수가 당당히 점심 메뉴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8번 출구 앞 훼미리마트를 끼고 좌회전, 70m쯤 직진하다 베이직하우스와 충무김밥 사이 막다른 골목 안쪽의 왼쪽 건물 2층에 터를 잡은 ‘싸이퍼(Psypho) 디 오리지날’(070-8868-0424)은 100석이나 되지만 점심무렵이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빈다. 50대 중반의 남성 상사와 20대 중반의 여성 신입사원이 어울려 쌀국수를 즐기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인기 요인이 뭘까. 일단 가격부터 ‘착하다’. 가장 일반적인 쌀국수라 할 수 있는 퍼 오리지널이 미디엄5900원, 엑스라지 7900원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쌀국수집의 7000원~1만원대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숙주를 비롯한 신선한 야채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도 준다. 한 마디로 1석2조인 셈이다.
맛도 좋다. 처음 국물 맛을 봤을 때 그 짭조름한 맛이 지금까지 먹어온 쌀국수 국물 맛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면과 함께 먹으니 처음의 짠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진한 사골 육수 맛이 입 안에 흘러 넘친다. 심심한 면 맛에 국물 맛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이 집이 자랑하는 베트남 전통 조리공정에 따라 만든 육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인공화학식품 첨가물과 액상조미료를 배제하고 많은 양의 사골과 양지를 12시간 끓여 제대로 된 육수를 만든다. 또 대부분의 쌀국수 집에서 손님 취향과 상관 없이 알아서 넣어 내오는 고수(실란트로)를 따로 주므로 취향에 맞춰 넣을 수 잇다. 국물에서 독한 냄새나 강한 맛이 없는 이유다. 부드럽게 술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향을 내기 위해 넣는 레몬 즙도 전용 기구로 쉽게 짤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쌀국수 메뉴로 퍼 사이퍼가 있다. 미디엄 7900원, 엑스라지 9900원으로 오리지널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비법 양념을 해 숯불에 구운 쇠고기 등심이 곁들여진다. 쌀국수, 육수 등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풍미를 이끌어 내 큰 인기다. 주인 박정걸(39)씨가 베트남 하노이 새벽시장에서 맛으로 소문난 쌀국수 노점상의 메뉴에서 영감을 얻어 자체 개발한 메뉴다.
사이드 메뉴로 넴 잔(3피스 5000원)이 있다. 북부 하노이식 정통 베트남 튀김만두로 돼지고기, 버섯, 잡채, 당근 등을 라이스 페이퍼에 말아 튀긴 요리다. 당일 들여온 질 좋은 식자재로 베트남인 직원이 매장에서 튀겨 만들기 때문에 중국산 냉동 밀가루 춘권과는 비교조차 무의미하다. 내가 강력히 추천하는 메뉴다.
흔히 월남쌈이라고 하는 고이꾸온(3피스 5000원)은 새우, 쇠고기, 야채, 파인애플, 양파, 당근, 오이 등을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먹는 다이어트 음식이다. 신선한 고급 식재료로 만들어 더욱 안심이 된다.
숯불 쇠고기 등심 바비큐 월남쌈 세트라는 긴 이름의 메뉴는 술 안주로 제 격이다. 숯불에 구운 소고기 등심과 새우, 야채, 라이스 페이퍼가 함께 나온다. 싸 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좋다. 3명이 먹기에 충분할 정도로 양이 풍성하다.
가게 이름인 싸이퍼는 퍼(쌀국수)에 미쳤다는 뜻이다. 그만큼 열심히 정성껏 진짜 쌀국수를 만들어 보겠다는 주인의 신념이 담긴 간판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에 다니다 베트남 출장길에 맛을 본 정통 쌀국수를 잊지 못해 퇴사했다. 아예 베트남으로 건너가 3년 가까이 하노이대에서 유학하며 300여곳에 달하는 이름난 쌀국수집을 돌았다. 1000여회 넘게 식사를 하면서 진짜 쌀국수 맛을 찾아냈다. 이렇게 친분을 쌓은 맛있는 집들에서 일까지 도우며 전수받은 비법들을 들고 돌아와 반년 전 오픈했다.
모든 손님에게 먹는샘물 1병과 후식으로 커피, 녹차 등을 제공한다. 오전 11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9시에 라스트 오더를 받는다. 문 닫는 시간은 손님이 갈 때까지다. 연중무휴다.
외식저널리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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