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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여자와 털 그리고 월경

등록 2011.09.03 07:11:00수정 2016.12.27 2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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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18>  음모는 액모보다 성모의 역할을 더욱 많이 한다. 자라는 위치부터가 음부 쪽이기 때문에 실질적 성관계 시는 성적 자극을 전달하는 한편 쿠션의 기능까지 겸한다. 특히 여성은 외음부가 눈에 띄지 않게끔 은폐하는 역할도 수행해서 치부를 감추려는 여성스러움이 자연히 내재돼 있다. 이 때문에 “아랫도리가 매끈한 여자와 관계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말도 전해진다. 아무튼 이렇게 비너스 언덕이 매끈한 무음모증(atrichosis pubis)은 남자의 장년성 두부탈모증(壯年性 頭部脫毛症)과 같은 한성유전(限性遺傳)이기 때문에 여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다. 구미인은 적은 반면 몽고인에게 많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여성에게 많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18>

 음모는 액모보다 성모의 역할을 더욱 많이 한다. 자라는 위치부터가 음부 쪽이기 때문에 실질적 성관계 시는 성적 자극을 전달하는 한편 쿠션의 기능까지 겸한다. 특히 여성은 외음부가 눈에 띄지 않게끔 은폐하는 역할도 수행해서 치부를 감추려는 여성스러움이 자연히 내재돼 있다. 이 때문에 “아랫도리가 매끈한 여자와 관계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말도 전해진다. 아무튼 이렇게 비너스 언덕이 매끈한 무음모증(atrichosis pubis)은 남자의 장년성 두부탈모증(壯年性 頭部脫毛症)과 같은 한성유전(限性遺傳)이기 때문에 여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다. 구미인은 적은 반면 몽고인에게 많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여성에게 많다고 한다.

 음모나 액모나 똑같은 성모인데도 여름철에 어깨까지 패인 옷을 입고 다니며 겨드랑이에 무성한 성모를 자랑스레 드러내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유방의 모습을 빼어 닮은, 소위 의태(擬態)유방인 둥그런 어깨를 드러내는 건 좋지만, 글쎄 곱슬곱슬한 형태 때문에 단번에 치모(恥毛)를 연상시키는 액모까지 보여준다는 건 아무래도 좀 심하지 않은가? 둔감한 건지,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마지막으로 남성만의 터럭, 영어로 ‘beard, moustache, whisker’ 등으로 구분되는 수염(鬚髥)이 있다. 수염은 액모나 음모처럼 남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한다. 물론 부신피질에서 소량의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여성들도 수염이 나긴 하지만, 대개는 보송보송한 솜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의 수염은 고양이처럼 안테나의 역할도 하고, 물고기처럼 맛을 느끼기도 하며, 곤충처럼 냄새를 맡기도 하는데 인간 남성의 수염은 면도해야 하는 불편함 밖에 없으니…. 그러나 바쁜 아침 시간을 쪼개 매일 면도하는 게 분명 번거로운 일이지만, 여성에게는 무척 드문 수염은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표징(標徵)이다. 비록 성적으로 특별한 기능은 없다지만, 수염은 ‘구레나룻가 매력적이다’, ‘면도한 뒤의 모습이 멋지다’는 등 여성들에게 심리적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는 터럭이다.

 이외에 다리나 가슴, 항문 등에 털이 무성하게 돋는 사람도 있다. 특히 가슴 부위 털은 다른 부위 털과 달리 묘한 느낌을 유발하는데, 머리카락이나 수염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작용을 할 뿐 정력과는 큰 상관성이 없다.

 한의학에서는 전신의 모발을 어떻게 설명할까?

 우선 모발은 그 분포 영역에 따라 두발(頭髮: 머리카락), 액발(腋髮: 액모), 곡발(谷髮: 음모), 수발(鬚髮: 수염)의 4가지로 구분한다. 또 목 윗부분만을 따져 발(髮: 머리), 미(眉: 눈 위), 수(鬚: 턱 밑), 염(髥: 볼), 자(髭: 입술 위) 등으로도 구분한다. 이들 모발은 모두 인체 정혈(精血)의 성쇠(盛衰)를 반영하므로 ‘발자혈지여(髮者血之餘)’라 한다. 모발을 총괄적으로 주관하는 장부는 이 글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신(腎)이다.

 참고로 말하건대 저자는 신계내과(腎系內科)를 담당하기에 미진하나마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한의학에서는 ‘신주발(腎主髮)’이라 했으니 전신의 모발은 모두 신기(腎氣)에 의해 좌우된다. 두발(頭髮)만 따져도 신기가 성실(盛實)해지는 7~8세경에 급속히 자라다가 신기가 쇠약해지는 35~40세경에는 윤기를 잃어 쉬 탈락되고, 42~48세경에는 희게 변색된다고 했다. 또 두발을 제외한 나머지 3종 모발(액발, 곡발, 수발)은 모두 천계(天癸: 14~16세경 신기가 충만해져 생식이 가능해지는 것)가 이르고 나서야 발생하니, 모발은 신기(腎氣)의 허실(虛實)을 확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4종 모발 중 수발(鬚髮)이 생기지 않는 여자들은 신기가 부족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데, 우선 충맥(衝脈)과 임맥(任脈)이라는 경락을 파악해야 한다. 충맥과 임맥은 소위 ‘기경팔맥(奇經八脈)’에 속한다. 기경팔맥은 정경(正經)이라 일컫는 인체 내 십이경락(十二經絡)을 제외한 특수 경락이다. 적당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십이경락은 인체 내의 보이지 않는 큰 도로망이고, 기경팔맥은 특수한 경우에 사용되는 조금 기이(奇異)한 도로망이라고 할까? 경락을 도로망에 비유하니까 국도나 지방도도 있는데 이들은 또 무엇이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십오별락(十五別絡)’, ‘십이경별(十二經別)’, ‘십이경근(十二經筋)’ 등 보다 세세한 도로망도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여간 충맥과 임맥은 인체의 영혈(榮血)을 담당하는 경락인데, 여성은 월경 등으로 자주 탈혈(脫血)하므로 구순(口脣)을 충분히 영양하지 못해 수염이 나지 않는다.

 한편 십이경락의 기(氣)와 혈(血)이 많고 적음[氣血多少기혈다소]에 따라 모발의 상태는 경락의 순행부위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도 했다. 가령 족소양(足少陽) 아래에 혈기(血氣)가 성(盛)하면 정강이[脛경] 털이 아름답고 길며, 수양명(手陽明) 아래에 혈기가 성하면 겨드랑이 털이 아름다우며, 족태양 위에 혈다기소(血多氣少)하면 눈썹이 빈약하다고 하는 등이다. 이런 설명은 저자 역시 아직껏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그 이치를 밝히고자 사념(思念)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음양의 이치를 이용하면 남성의 대머리와 여성의 무음모증이 훨씬 쉽게 해석된다고 한다. 즉 위[上상]는 양(陽)이고 아래[下하]는 음(陰)이며, 자석의 원리대로 양은 양을 밀어내고 음은 음을 밀어냄에 착안한 것인데 몹시 그럴듯하다. 그럼 한번 살펴보자.

 머리카락은 위에 있으므로 양에 속한다. 따라서 성호르몬 중 여성호르몬에 의해 성장이 촉진되고 남성호르몬으로부터는 방해를 받는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 남자는 남성호르몬이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대머리가 되기 쉽고,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모 또한 마찬가지이므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한다. 음모는 아래에 있어 음에 속하니, 머리카락과는 반대로 남성호르몬에 의해 성장이 촉진되고 여성호르몬에 의해 방해받는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이 많은 여자에게서 무음모증이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이 주장은 한의사라면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데,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통계화·수치화·정량화하기가 어려운 이론이기에 아직껏 설(說)로 그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체의 여러 가지 터럭들은 심리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성기능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서양 의학적으로는 털의 성장과 발육이 성호르몬에 의한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모발과 성기능의 관련이 밀접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신주발’이라는 한의학 이론을 덧붙이면, 그 관련성은 더욱 자명해진다. 그러나 터럭의 많고 적음이 성기능, 특히 남성의 정력을 결정짓지는 않을 것이다. 시쳇말로 털북숭이가 세다면 우리 인간의 먼 조상인 유인원이 최고였을 텐데, 진화는 항상 발전적으로 이뤄지지 않던가? 터럭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보다 사랑하는 마음의 많고 적음을 따져 보는 게 훨씬 정확할 것이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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