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영업정지 제일2저축은행장 투신 사망
23일 낮 12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 건물 아래에서 정구행(50) 은행장이 숨져있는 것을 순찰중이던 경찰이 발견, 신고했다.
목격자 이모(40)씨는 "'퍽'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40대 남성이 건물 아래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첫날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며 "3층 행장실에 있던 정 행장이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말 없이 6층으로 올라가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행장의 시신은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검찰은 자살한 정씨가 압수수색에 잘 협조하는 등 이번 사건이 강압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자체는 잘 협조하고 있었던 점으로 볼때 자살 경위가 압수수색하고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며 "투신에 대해서는 경찰이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안다. 검찰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투신한 정 행장 사무실에서 고객들에 대한 미안함과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메모에는 "관계기관의 협조와 관심 부탁한다. 뒷일을 부탁한다. 최근 매각 관련한 실사가 진행 중인데 실사가 잘 안될 수 있다"는 말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장은 투신하기 10분 전까지 3층 행장실에 있었으나 압수수색에 대해 직원들에게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에 대해 제일2저축은행 직원들은 검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에 투신한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한 직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하니 심적 괴로움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일2저축은행은 침울한 분위기에 잠겼다. 은행 관계자는 "다들 한숨만 내쉴 뿐 얘기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앞서 저축은행 비리의혹 수사에 착수한 정부 합동수사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영업정지된 제일2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 본점 및 은행 경영진, 대주주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을 중심으로 수사인력을 투입해 이들 은행 본점과 대주주 자택 등을 대상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각종 회계장부와 전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제일2저축은행은 지난 18일 토마토·제일·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 등 6곳 저축은행과 함께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돼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제일2저축은행은 제일저축은행의 100% 자회사다. 1999년 9월 일은상호신용금고를 제일저축은행이 인수한 뒤 2000년 10월 사들인 신한상호신용금고와 합병하지 않고 계열사로 존치시켜 지금의 제일2저축은행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사망한 정 행장은 지난 6년간 행장으로 있으면서 최근 영업정지가 되고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자 거기에 책임을 통감하고 부담을 많이 느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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