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내 가슴이 공업용? 최악의 성형 스캔들

【산호세=로이터/뉴시스】한 의사가 5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슴 확대 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 젤을 보이고 있다. 현재 공업용 실리콘을 가슴확대 수술용 보형물로 판매한 프랑스 회사 PIP사의 대표가 코스타리카에서 추적을 받고 있다.
◇ 佛 사상 최악의 성형수술 스캔들…“내 가슴이 공업용(?)”
프랑스에서 최악의 성형수술 스캔들이 터졌다. 지난해 12월20일 프랑스 정부는 “세계 3위의 여성 유방 확대용 실리콘 생산업체 PIP사가 발암 위험이 있는 공업용 실리콘을 보급해왔다”고 발표했다.
발레리 페크레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PIP의 보형물로 성형 수술을 받은 모든 여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형물과 암 발병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로랑 랑티에리 프랑스 보건위원회 위원은 하지만 “모든 보형물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공업용 실리콘을 이식한 여성 가운데 8명은 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PIP사는 의학용 대신 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값싼 공업용 실리콘을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연간 10억 유로(약 1조4700억원)의 이익을 봤다. 연간 10만 개의 유방 보형물을 생산해 왔고 이 중 80%를 수출했다. 영국에서만 4만 명이 이 보형물을 삽입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피해 여성이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프랑스 피해 여성 2000여 명은 소송을 제기했고 실리콘 제거 수술을 받은 여성도 600명에 이른다. 프랑스 정부도 보형물 제거 수술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수술비용이 1인당 2000유로로 프랑스에서 수술 받은 3만 명이 모두 수술 받을 경우 최대 6000만 유로(약 886억원)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 등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한 환자의 비용만 전액 부담하고 미용을 위해 수술한 여성의 비용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피해 여성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형물의 유통을 관망하다가 이제야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한 것이다. 이 와중에 프랑스 국립암센터는 “PIP사의 보형물이 타사의 것에 비해 암을 발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즉 모든 보형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형물 제거를 권장하는 것은 단순히 예방 차원일 뿐”이라고 말을 바꿔 더 큰 몰매를 맞고 있다.
◇ PIP, 원래 문제 있었지만…
PIP사의 보형물이 사건화된 시점은 최근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만을 제기해 왔다. 2000년까지 미국에 지사를 두고 보형물을 판매해 왔던 PIP사는 고객들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았지만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010년까지 보형물을 계속 수출했다.
미국의 피해자들이 ‘제품의 결함, 의학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보형물’이라는 이유로 PIP사를 상대로 고소했지만 재판까지 간 경우는 없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긴 법정 싸움에 지쳐 중도에 재판을 포기했고 일부는 자국에서 보형물 삽입이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곳에 거주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11년 전 PIP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FDA는 지난 2000년 PIP의 한 공장을 실사하고 이 공장에서 만든 유방 보형물이 불량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실사 후 FDA는 PIP 설립자인 장-클로드 마스에게 “공장의 유방 보형물 제조 과정이 우수 의약품 제조 및 관리 기준에서 최소 11개 이상 어긋난다”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FDA는 경고 서한을 통해 “PIP가 유방 보형물에 대한 적절한 실험을 수행하지 않으며 불량 보형물을 걸러내는 과정 또한 없거나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1997~2000년 PIP가 제조한 식염수백 유방 보형물에 대한 불만이 120건 이상 제기됐으나 PIP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11년 전 FDA가 문제 삼은 것은 식염수젤 보형물이지만 최근 파문을 일으킨 실리콘젤 보형물도 프랑스 동남부 라 센느에 위치한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 베네수엘라·브라질·중국까지·…‘전 세계 30만 명’ 피해
프랑스에 이어 베네수엘라도 PIP사의 보형물을 이용해 성형한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제거 수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지 보건부는 “성형을 받은 여성들은 무료로 보형물을 제거 받을 수 있지만 대체 보형물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문제가 된 “PIP의 보형물은 부작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암을 유발한다”는 악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에 레이날도 쿠베 자유 아메리카 성형협회장은 “PIP 보형물이 암을 유발한다는 등 비과학적인 소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브라질도 지난해 12월30일을 기점으로 PIP사의 가슴 보형물 판매를 영구 금지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PIP의 가슴 보형물 3만4631개가 브라질로 수입됐다”며 “이 중 2만4534개는 판매됐다. 아직 팔리지 않은 보형물들은 폐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형물 제거 수술 무료 제공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 여성들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중국에서도 PIP사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중국의 PIP사 제품 수입업체들은 “안전성을 보장한다”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수술비용을 보험회사에서 부담해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의 공식적인 안전성 확인은 없었다.
중국은 1990년부터 가슴 성형이 유행하기 시작해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가슴 성형 수술 시장은 미국(연간 40만 명), 브라질(연간 15만 명)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보형물이 외부의 압박에 의해 터져서 보형물 속 실리콘이 나와 몸 안에 흘러 들어간다면 당연히 몸에 좋지 않다”며 “물론 현재 기술이 진보하고 보형물이 터지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성형 수술에는 위험성이 따르므로 반드시 정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고 보형물의 종류를 선택할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1호(1월23~30일자 설 합본)에 실린 것입니다.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