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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원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횟수·금액 제한없는 '상상 그 이상'

등록 2012.02.19 05:00:00수정 2016.12.28 00: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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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승부 조작의 진원지로 지목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베팅 규모가 자유롭고 항목도 다양하다. (사진 = 도박 사이트 캡처)  sky0322@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모두가 '승부조작' 논란에 휩싸여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프로축구와 최근 선수 4명이 영구 제명된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까지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승부조작의 진원지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가 지목되고 있다. 이들 도박사이트는 베팅제한이 없고 항목도 다양하다. 또 배당률이 높아 이른바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은 공익기금을 조성하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달리 하루 24시간 횟수나 금액에 제한없이 실시간으로 베팅을 하고 높은 배당률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서버를 해외에 두고 수시로 주소를 바꿔가면서 점조직 형태로 암암리에 영업하기 때문에 근절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거래규모 13조원

 현재 국내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리·감독하는 '스포츠토토'만이 합법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국내외 유명 축구경기를 비롯해 30~50개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를 맞히거나 점수를 예측해 베팅을 하고 배당금을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전체 발매금액의 약 27% 수익금은 국내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각종 공익적인 사업에 활용된다. 

 특히 지나친 사행성을 막기 위해 경기 전에만 베팅을 허용하는 등의 여러 제한 장치를 두고 있다. 한 경기에 중복 베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베팅액도 한번에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배당금은 경기가 끝나고 2~3일 뒤 지급된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다보니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백개가 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우르르 쏟아질 정도로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스포츠토토에 신고된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2007년 40건에 불과했지만 2009년 539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만3750건으로 급증했다.

 19일 사행성감독통합위원회와 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미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가 1000개 이상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거래 규모도 최고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은 훨씬 편해졌고 워낙 은밀하게 운영되다보니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와 달리 불법 도박사이트는 승패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베팅 항목과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물론 배당률도 높아 운동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베팅 방식 '다양'… 365일 금액·횟수 제한 없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베팅 방식은 단순히 경기 승패 여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전부 베팅이 가능할 정도로 항목이 다양하다.

 최근 일부 선수가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야구의 경우 선발투수의 초구 스트라이크 여부, 선취득점 팀 맞추기, 특정 타자의 안타수 등 베팅 항목이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는 경기 중에도 베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타자가 출루했을때 도루 성공 여부와 다음 타자 안타 여부 등 다양한 항목에 실시간으로 베팅할 수 있다. 어디서나 불법 사이트로 접속을 가능케 한 스마트폰 역시 한 몫(?) 거들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승부 조작의 진원지로 지목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베팅 규모가 자유롭고 항목도 다양하다. (사진 = 도박 사이트 캡처)  sky0322@newsis.com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한 뒤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인터넷뱅킹을 통해 게임머니를 환전하면 베팅이 가능하다. 베팅액을 최고 10만원으로 제한한 스포츠토토와 달리 중복 베팅이 가능하고 금액도 제한이 없어 원하는 만큼 베팅이 가능하다. 덩달아 배당률도 높아진다.

 특히 결과를 맞힐 경우 2~3일 후에나 배당금이 지급되는 스포츠토토와 달리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은 1시간 이내 입금을 해주기도 한다. 

 다양한 베팅 항목과 금액·횟수에 제한없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는 브로커나 조폭 등이 특정 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할 경우 한 경기에서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벌금  

 승부조작 사건 파장이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로 빠르게 번지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 7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승부조작이 결국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에게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또 불법 사이트를 제작해 유통시킨 자에게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과 사이트 운영자에게 경기정보를 제공하거나 알선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토록 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는 휴대전화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들 사이트는 한 달이 멀다하고 주소를 수시로 바뀐다. 가입한 회원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변경된 주소를 알려줘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첫 페이지를 스포츠 용품을 판매하거나 의류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위장하거나 추천인을 입력하지 않으면 가입을 제한하는 등 가입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들도 성행하고 있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수시로 주소를 바꾸는 등 은밀하고 교묘하게 영업을 하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단속이 쉽지 않다"며 "경찰을 포함해 검찰, 국세청, 해외 수사기관 등과 연계된 전담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승부 조작을 막기 위한 강력한 처벌과 동시에 불법 도박사이트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하교 심리학과 교수는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사건이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착각하는 '도박사의 오류'를 인식하지 못한채 매번 돈을 잃어도 다음번에 돈을 딸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에 중독된다"며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단속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불법 도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베팅을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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