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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열쇠 똑같아 절도범 오해 산 자동차정비업체 사장님

등록 2012.03.14 10:32:20수정 2016.12.28 00: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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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체, "로또 1등 당첨 확률만큼 희박해"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자동차 열쇠가 똑같아 다른 자동차를 몰고가 절도범으로 오인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자동차정비업체가 고객의 자동차 점검을 해주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업체 사장이 절도범으로 신고돼 경찰에 조사를 받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자동차 업체 측은 '로또 1등 당첨 확률만큼 일어나기 힘든 경우'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한순간 절도범으로 몰린 정비업체 사장은 억울한 마음뿐이다.

 1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자동차정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36)씨에 따르면 최근 평소 차량 수리와 점검을 맡기던 한 고객의 자동차를 점검하다 곤욕을 치렀다.

 박씨는 지난달 24일 고객인 A씨로부터 평소처럼 자신의 자동차 점검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차량이 주차된 장소에 갔다.

 성산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흰색 코란도' 승용차를 발견한 박씨는 A씨가 건넨 열쇠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의자를 조절한 뒤 열쇠를 꼽아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시동이 걸린 차를 몰고 자동차정비센터에서 점검을 한 후 4시간 뒤 원래 주차돼있던 지하주차장에 다시 주차한 후 정비센터로 돌아왔다.

 하지만 며칠 뒤 박씨는 경찰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차량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 형식의 내용이었다.

 흰색 코란도 승용차의 주인인 B씨가 '누군가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갔다가 다른 장소에 주차해 놨다'며 경찰에 차량 절도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B씨는 자신의 차량이 당초 주차해 뒀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세워져 있는 데다가 운전석 의자 높낮이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신고를 했던 것.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연락을 받은 박씨는 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A씨가 자동차 점검을 해달라고 해서 건네받은 열쇠로 차를 몰고 간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지하주차장에서 박씨가 B씨의 '흰색 코란도' 승용차를 몰고 도주하는 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를 증거자료로 확보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고객의 요청으로 흰색 코란도 승용차를 몰고 정비센터로 간 것이지 차를 훔친 게 아니라고 거듭 해명했다.

 박씨의 거듭된 해명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경찰관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박씨가 해명한 정비 차량이 A씨의 흰색 코란도 승용차였고 도난 차량도 흰색 코란도 승용차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날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두 대의 흰색 코란도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박씨에게 자동차 정비를 의뢰했는지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박씨의 말이 사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A씨의 차량 열쇠로 B씨의 차량 문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 확률만큼 일어나기 힘든 경우지만 '가능하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 A씨의 '2004년식 코란도' 승용차 열쇠와 B씨의 '2001년식 코란도' 승용차 열쇠는 구형 기계식 열쇠로 납품업체에서 1000개 단위로 차량 열쇠를 제작하며 무작위로 공급한 것이었다.

 박씨의 불운은 로또 당첨 확률만큼 희박한 가능성에 겹치며 우연의 일치지만 두 차량이 열쇠가 같은 것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박씨와 A씨, B씨를 모두 불러 이들이 보는 앞에서 A씨의 차량 열쇠로 B씨 차량의 문을 열고 시동을 켜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건을 황당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박씨는 "처음에는 신고를 잘못했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저 황당할 뿐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20년동안 자동차정비업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동일한 차량 열쇠 때문에 차량 절도 용의자로 의심받았지만 모든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라며 마음을 추스렸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같은 지역에서, 게다가 같은 주차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실제로 발생해 박씨가 큰 낭패를 볼 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해당 차량의 경우 구형 기계식 열쇠가 설치됐으며 납품업체에서 1000개 단위로 차량 열쇠를 제작해 공급한다"며 "동일 색상의 차량이 같은 공간에서 차 열쇠가 같아 발생한 이런 상황은 로또 1등 당첨 확률만큼 일어나기 힘든 경우"라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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