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은교' 김고은 "베드신에 부모님 어렵사리 출연 허락"

데뷔작인 멜로 ‘은교’에서 70대 시인 ‘이적요’(박해일)와 그의 젊은 제자 ‘서지우’(김무열) 사이에서 벌이는 외줄타기와 같은 위험한 사랑도 모자라 전라로 이들과 차례로 격정적인 베드신까지 펼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왠지 추하지 않다. 값싸게 느껴지지도 않다. 박범신(66)이라는 작가의 원작에 기초했다는 가치 덕일 수도, 아니면 ‘해피엔드’(1999)의 정지우(44) 감독 연출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고은이라는 생짜 신인이 영화에서 외모와 연기로 표현해낸 ‘은교’의 캐릭터가 가치 있고, 신뢰할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를 지켜본 관객이라면 작품을 위해 용기를 냈고, 훌륭한 연기를 한 이 신예를 향해 무한 찬사를 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동시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이 아무리 연기라도 대중 앞에 치부를 드러내며 베드신을 치러야 하는 것을 묵묵히 허락한 그녀의 부모에게도 더없는 경외심을 바친다.
김고은에게 꼭 묻고 싶으면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질문이 바로 출연을 허락한 부모의 마음이었다. “오디션을 보기로 하고 부모님께 상의를 했어요. 마침 ‘은교’라는 소설은 오디션 얘기가 나오기 전에 아버지와 함께 봤거든요. 어떤 내용인지 이미 알고 계신 상태였죠. 거기에 제가 어떤 연기를 하게 되는지까지 설명해드렸어요. 당연히 반대하셨죠. 꼭 해보고 싶다고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방에 들어가시더니 나오시지 않더군요. 어떻게든 설득을 해보려고 하는데 20분 가량 지난 뒤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나오셨어요. 그리고 ‘꼭 하고 싶으냐’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네’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꼭 하고 싶으면 해라’고 하시는 것이었어요.”
김고은 스스로도 놀라울 수 밖에 없었을 부친의 허락은 어쩌면 부친 역시 ‘은교’라는 소설을 읽으며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던 것과 더불어 사업(건설업)을 하면서도 평소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제가 어렸을 적부터 DVD 장에 영화 수백 편을 소장하고 계시면서 제게 곧잘 보여주곤 하셨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래서 제가 갑자기 예고를 가겠다고 했을 때나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나 반대 없이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셨죠. 이번 허락 역시 그랬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딸의 도전을 허락했고, 딸은 부끄럽지 않은 연기로 보답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당당히 VIP시사회에 부모와 이모 부부를 초대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영화를 보신 뒤 얼마나 아프실까 하는 생각에 초조하게 기다렸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만났을 때 아무 말씀 없이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어머니는 옆에서 아무 말씀 안 하고 계셨고요. 다행히 두 분 다 표정이 밝으셨어요. 그때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헤어졌는데 집으로 가면서 아버지가 제게 문자를 길게 보내주셨어요.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겠니. 대견하게 생각한다. 자랑스럽다’고요. 그동안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딸의 용기를 존중해준 부친이 있었기에 정 감독의 말에 수긍할 수 있다. “‘은교’를 발판삼아 뜨고 싶어 했던 300명의 여배우와 다르게 ‘은교’ 자체가 목표였던 김고은의 진정성 자체인 연기를 우리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호되지만 아름다운 신고식을 치른 김고은으로 하여금 우리 눈앞에 반짝 떠올랐다가 곧 사라지고 마는 ‘스타’가 아닌 오래도록 우리의 애환을 대변해줄 ‘배우’로 자리 잡게 해줄 것이다.”
“아버지가 ‘은교’ 출연을 허락하시면서 덧붙이신 말씀이 ‘너는 이제 풋풋한 신인이라는 수식어도, 예쁘게 포장될 수도 없다. 연기로 밀고 나갈 수 밖에…’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씀이 제게 ‘은교’를 허락해주시는 조건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게 ‘은교’가 데뷔작으로 남듯이 그 조건도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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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75호(5월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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