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그 유명한 '먼나라 이웃나라' 새로 그렸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만화가인 덕성여대 이원복(66) 석좌교수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1987년 초판 출간 이후 25년 만에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로 다시 태어났다. 예전 원고를 폐기하고 3년 간 1만2000컷에 달하는 원고를 완전히 새로 그려 14권으로 내놓았다.
이 교수는 1일 "이 책은 소설이나 기록물이 아닌 사회 현상을 다룬 것"이라며 "사회적 풍토가 계속 변하는 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 10월 소년한국일보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1975년부터 독일 뮌스터 대학의 디자인학부에 유학 중이던 이씨가 현지에서 매일 국제우편으로 원고를 보내 연재됐다. 1987년 시리즈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1500만부 이상 팔렸다. 1992년 첫 개정, 2000년에 컬러를 입힌 두 번째 개정판이 발간됐으나 전면 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는 이 교수의 10년 유학생활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이 책에 앞서 역시 유학생활을 담은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을 1975년 내놨으나 오류가 많다고 자체판단, 절판시키고 '먼 나라 이웃나라'를 탄생시켰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시리즈는 12월 출간 예정인 제15권 '스페인' 편을 끝으로 완간된다. 이 교수는 "폼 나게 끝내야지. 인기 있다고 팔십 몇권까지 출간하면 이상할 것 같다"며 웃었다. 스페인을 선정한 이유는 "로마제국 이후 세계를 실상 통일했다고 볼 수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또 1936년 스페인 내전은 세계에 있는 모든 이념이 대립한 전쟁이기도 했다. 그런 점들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역사에 해박하다. "유럽에서 10년 동안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유럽 같은 경우는 모두 침대에서 자는 등 기본적으로 코드가 같거든요. 프랑스, 독일이 800년대까지 같은 역사를 갖고 있는 등 공통점이 많죠. 유일신을 공통적으로 믿기도 하고. 국경 개념도 명확하지 않아요. 그러니 한 나라를 알면, 다른 나라는 추측해서 알 수 있어요."
경기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학교 신문에 만화를 연재한 이 교수는 고2 때 친구 아버지인 소년한국일보 조풍연(1914∼1991) 주간의 눈에 띄어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3000원인가 받았어요. 지금으로 치면 약 15만원 정도였는데, 그 때부터 프로생활을 한 거죠. 허허허. 돈을 받은 뒤 제일 먼저 영화 '벤허'를 봤던 기억이 나요. 당시 영화표가 200원이었는데 꽤 큰 돈이었죠."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25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2001년 일본 편을 시작으로 중국, 타이완, 태국 등에 수출된 '먼 나라 이웃나라'는 최근 바람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는 K코믹스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K코믹스, K팝이 형성된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위상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 살지 못하고 오지의 나라였으면 만화도 가요도 주목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1975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일본 브랜드 간판만 보였는데 지금은 전부 삼성, 엘지, 현대예요.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 위상이 보이는데 그 위상을 우리는 정작 잘 모르고 있어요."
약 50년 간 만화가 생활을 하며 지켜온 신념은 "내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그리는 것"이다. 마감 날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받는 진짜 프로는 마감 시간을 잘 지켜야 해요. 그래야 훌륭한 만화가입니다. 학생들 중 마감 날짜를 어기는 이들도 많은데 시간을 잘 지키는 프로정신부터 배워야 해요." 각권 260쪽 내외, 각권 1만2900원, 김영사
한편,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뮌스터 대학의 디자인학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대학 철학부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독일 뮌스터 시와 코스펠트 시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993년 우리나라 만화 문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제9회 눈솔상을 받았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회장(1998~2000)을 역임했으며 덕성여대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2월 이 대학에서 정년 퇴임한 이 교수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덕성여대 1호 석좌교수가 됐다. 나라를 다룬 '먼 나라 이웃나라'에 이어 세계를 다룬 '가로세로 세계사' 집필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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