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드라마 쯤이야…홍상수 감독에게 당한 덕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tvN 수목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주열매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가 서울 통의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위대한 계춘빈’(2010) 이후 영화에 주력하다 2년만에 tvN 로맨스 코미디 ‘로맨스가 필요해2’로 외도를 한 정유미(29)는 예전보다 다소 야위어 보였지만 표정은 밝고 힘찼다. 지난해 사회고발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 때와는 180도 달랐다.
영화에 비해 TV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훨씬 안 좋았으니 몸이 힘들었던 것은 당연했겠지만, 역시나 상큼한 사랑 이야기를 펼친 ‘로맨스가 필요해2’ 속 ‘주열매’가 장애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를 정면으로 다룬 ‘도가니’의 인권운동가 ‘서유진’보다 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편안했던 덕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가니’의 여주인공으로서 만났을 때 “다음에는 꼭 달콤 상큼한 멜로물을 하고 싶다”는 말로 ‘도가니’를 하면서 겪은 정신적 고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정유미였기에 힐링을 거친 것 같아 재회의 기쁨이 더욱 컸다.
“오랜만의 드라마 촬영인데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힘들었다고 얘기하기 싫어요”라고 잘라 말한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니까요”라는 마음이다. 정유미는 “시나리오를 미리 받아 캐릭터를 한참 동안 연구하고 분석한 뒤 연기에 들어가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임박해서 대본이 나오는데다 제 분량이 정말 많았거든”라면서도 “저는 홍상수 감독님 작품에 길들여진 사람이잖아요?”라며 웃는다.
그렇다. 정유미는 홍상수(52) 감독의 ‘어떤 방문-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다른 나라에서’(2011)에 연거푸 출연했다. 홍 감독은 시나리오의 뼈대는 미리 만들어놓지만 살은 현장에서 하나하나 붙여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사도 순간순간, 상황상황 달라진다. 카메라도 컷을 여러 번 나눠가는 것이 아니라 롱테이크로 쭈욱 간다. 그만큼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들이 낙점될 수밖에 없고, 홍 감독의 작품을 하는 동안 선택된 그들의 연기력도 더욱 꽉 채워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단련된 정유미인데 드라마쯤이야…’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이심전심 웃음이 절로 났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tvN 수목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주열매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가 서울 통의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득 정유미가 주연과 내레이션을 맡은 ‘다른 나라에서’가 지난 5월 제64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것이 떠올랐다. 당시 이 영화에 출연한 이자벨 위페르(59) 윤여정(63) 유준상(43)은 칸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정유미는 없었다. “아, 그때 저는 ‘로맨스가 필요해2’ 촬영을 앞두고 있어서 못 갔어요.”
아니, 첫 방송이 6월20일이었는데 왜? 그것도 칸인데. “물론 촬영 전이라 시간을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 있었고, 주변에서도 칸 레드카펫을 밟아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 될 것이라고 아쉬워하셨지만 제게는 칸보다 새 작품이 더 중요했으니까요”라며 덤덤해한다. “솔직히 저는 칸의 영광 보다 재미있는 영화,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것이 더 행복해요. 제가 아직 그 맛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렇네요”라고 털어놓는 이 여배우를 사랑하지 않을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영화를 주로 해오던 정유미가 TV드라마, 그것도 케이블채널 드라마를 한다는 것에 놀라워 하는 사람도 많았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가 ‘로맨스가 필요해2’를 하기로 했을 때 그 동안 영화를 통해 만난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런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보고 계신 거에요. 끝날 때는 다들 ‘그 동안 열매 덕분에 행복했다. 이제 열매를 못 보니 어떡하느냐’고 말씀해주셨구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아 내가 그래도 열심히 하긴 했구나’ 싶더라구요.”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tvN 수목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주열매 역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가 서울 통의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유미는 “아직 모르겠어요. 제가 무딘 것인지 신호가 오지 않네요. 호호호”라며 손사래를 친다.
키스신과 러브신도 숱하게 많았는데? “에이, 그건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열매가 한 것이죠. 극단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하정우 오빠가 ‘추적자’에서 연쇄살인마를 했다고 오빠가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연기는 연기일 뿐이죠.” 그러면서도 “그래도 사랑하는 방법은 조금이지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래서였을까,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을 뽑아보라는 말에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와니와 준하’(2001) 같은 잔잔하고 그림 같은 멜로 영화를 손꼽는다.
“시대적으로는 안 맞을 수 있지만 사랑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새 강산도 바뀐다는 10년도 더 지났으니 그런 작품들이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제게는 로맨스보다 그런 작품이 더 필요해요.”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