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집중]"아! 90년대여~" 시장 지배하던 BC카드, '늙어가는 공룡'

【서울=뉴시스】박기주 기자 =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90년대 카드산업을 주름 잡았던 BC(비씨)카드가 추락하고 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 회원사를 포함한 비씨카드의 지난 2005년 카드이용 실적은 113조851억원으로 전 카드사 실적(371조4631억원)의 30.4%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카드사용액(546조8812억원)의 20.6%(113조877억원)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신용카드사태가 진정된 이후 전 카드사의 카드이용실적은 2005년부터 7년간 52.5%라는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비씨카드는 같은 기간 동안 고작 26억원(0.002%)이 늘었을 뿐이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명목사용액 증가와 카드사용범위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비씨카드의 카드이용실적은 오히려 준 셈이다.
비씨카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는 급성장하며 비씨카드와의 차이를 줄였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카드이용실적은 2005년(22조6095억원)에 비해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70조8092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카드도 91.6% 증가한 70조54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카드이용실적 기준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각각 12.9%와 12.8%로, 지난 2005년(6.0%, 11.2%)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다.
비씨카드는 카드사업 초창기 각 은행 및 카드사가 완전한 가맹점 망을 갖추지 못한 시절에 카드상품과 결제 프로세스를 제공하며 성장한 회사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씨카드 회원사들의 카드이용실적은 전체 카드사의 31%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상품과 결제 망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비씨카드가 함께 성장한 것은 당연지사.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산업 초창기에는 삼성·현대카드 등은 전국적인 가맹점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클 수 없었고, '어디서든 쓸 수 있다'를 신조로 사업을 진행하던 비씨카드는 카드업계의 리더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삼성·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의 가맹점 수가 200만개를 넘고, 사실상 전국적인 가맹점 망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씨카드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 회원사가 독자적인 카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비씨카드의 하락세는 그 속도를 더했다.
NH농협카드 '채움'이 그 대표적인 사례.
농협은 비씨카드의 회원 중 1/4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회원사다. 하지만 BC브랜드로만 카드를 발급해오던 농협은 지난 2009년 독자브랜드 '채움'을 출시해 올해까지 독자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늘어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카드의 분사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며 "비씨카드와 발급에 차별을 두진 않을 것지만 상대적으로 외면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씨카드의 최대 고객인 우리은행도 내년 초 카드부문을 떼어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경쟁력 강화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독자브랜드를 내놓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회원사의 절반인 우리은행과 농협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비씨카드의 수익하락과 직결된다.
이에 비씨카드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힘쓰고 있다. 새로운 회원사 확보와 모바일카드 시장 진출이 바로 그 것.
비씨카드 관계자는 "올해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등 새로운 회원사를 확보하면서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며 "모바일카드 시장 진출도 비씨카드의 성장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지난 3월 한국전파통신연구원과 지난 2010년부터 공동개발한 '차세대모바일카드'가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지급결제 국가표준을 발표하는 등 모바일카드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