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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진메마을 '섬진강이야기'보따리…1948부터

등록 2013.01.15 15:34:53수정 2016.12.28 06: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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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 마을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놀라워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자본이 극대화됐는데 작은 마을의 이야기가 인간성과 공동체를 되찾는, 문화적인 충격이 됐으면 해요."

 지난해 등단 30주년을 맞아 그간 섬진강에 대해 써온 글들을 한 데 모은 산문집 '섬진강 이야기'를 펴낸 '섬진강 시인' 김용택(65)씨는 15일 "책을 만들면서 울었죠. 자연과 같이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나서 말예요"라고 밝혔다.

 1982년 '섬진강 1'로 등단한 김씨가 1948년부터 2012년까지 자신의 고향인 섬진강 자락 진메 마을의 풍속과 사람살이를 고스란히 글로 복원했다.

 마을 곳곳에 붙은 지명을 기록하는 등 시리즈의 길잡이 역을 하는 '내가 살던 집터에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담은 '살구꽃이 피는 마을' 등 신작 산문집 2권을 포함해 기존에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묶어 모두 8권으로 내놨다.

 섬진강 관련 산문은 김씨가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장난삼아 하루에 원고지 50매씩 쓴 것이 계기가 돼 작년까지 이어졌다. "제가 태어난 1948년부터 섬진강의 작은 마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담아냈죠. 이 책을 엮고 책 표지를 보니 죽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울먹이기도 했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전통적으로 문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글이 서툴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자가진단이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소박하죠. 80년대 쓴 글을 고치지 않고 그 때의 생각과 썼던 글 맛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책을 만들었다"고 알렸다. "한 마을의 이야기를 묶었다는 점에서 내 나름대로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껄껄껄."

 고향에 대한 첫 기억이 궁금하다.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첫 기억이에요. 전쟁으로 인해 앞산에 굴을 파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한 살 터울의 사촌동생 '용식'이와 너무 반가운 나머지 훌쩍훌쩍 뛰어다녔대요. 실제 기억하는 것은 다섯 살 때 쯤인데, 어머니가 밭을 매러 가 없자 징검다리 앞에서 울고 있던 기억. 그 때 어머니가 운다고 징검다리를 건너와 저를 때린 뒤 다시 징검다리로 건너가셨죠. 허허허."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북 전주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으로 짓고 있는 '김용택의 작은 학교'가 완공되는 연말께 다시 진메 마을에 터전을 잡을 계획이다.

 전북 임실에서 문학학교를 운영 중인 김씨는 "할머니들이 너무 글을 잘 쓰세요. 진메에도 할머니들이 있는데 학교가 지어지면 문학교실을 열고 싶어요. 다문화가정과 덕치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죠"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책을 통해 '나는 무너져가는 한 작은 마을의 시인이었다. 이제 나는 그 마을 밖으로 유배됐다. 지금 내가 속한 곳은 임시정부다. 그러나 나는 그 아름다운 정부를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던 공동체가 사라지고 쫓겨났다는 의미에서 유배라는 말을 썼어요. 지금은 곳곳에 떠돌고 있죠. 겨울에 들어가서 다시 정통 정부를 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귀농이 흔해졌다.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5, 6년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유행인지, 진짜 자기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지 말이죠. 그리움의 대상은 아니에요. 생존의 문제인지요. 돈이 있는 분들이 살고 싶어하죠. 원형이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농촌 공동체 자체는 공간적으로 사라졌고 시간적으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해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죠. 고향은 없어요. 향수로 사는 것이죠. 이상적인 무릉도원은 없어요."

 그럼에도 농촌 공동체 복원은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같이 일하고 같이 놀고 같이 먹는 것이 농촌 공동체의 삶의 가치죠. 또 도적질, 거짓말, 막말이 없죠. 물론 사람 사는게 다 똑같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 않지만 여섯가지 장점들로만 책을 쓰려 했어요.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거예요. 인간의 가치가 도회지라는 거대한 큰 마을 속에 사라져가는데 말이죠. 그래서 되물어보고 싶었어요. '잘 살고 있는가', '잘 가고 있는가', '행복한가' 등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품을 소개 하고 있다.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품을 소개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번 전집의 6, 7권에는 김씨가 운암초등학교 마암 분교 교사 시절 만난 서창우(21)와 김다희(21)에 관련된 이야기가 실렸다.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이들의 이야기가 게재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2001년 KBS 2TV 인간극장 '창우와 다희의 가을동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창우와 다희와는 4년을 같이 있었어요. 지금 창우는 군대에 간 지 3개월이 됐고, 다희는 백혈병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동생 골수를 받아서 이식을 해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확인은 못했어요. 애들이 반듯하게 잘 자랐어요."

 '섬진강 시인'으로 살아온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잘 살았어요. 제가 살고 싶은 곳에서 선생을 시작했고,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만족을 하죠. 그러나 마을 전체로 보면, 농촌 공동체가 파괴됐죠.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산문을 정리하면서 다시 섬진강 연작 시를 쓰게 됐다. 과거에 이어 29번부터 43번까지 써놓았다. "봄쯤에 시집을 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올해 말이나 내년 쯤 되면 다시 우리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쓰게 되겠죠. 제가 쓴 시들에 도시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농경 사회의 골수 분자예요. 쓸 수 있는 글들은 섬진강 작은 마을의 이야기죠. 늙어죽을 때까지 쓰게 되지 않을까 해요."

 옛날의 기본 정신을 가져왔건만, 시는 새롭게 됐다. "제 삶 자체의 근본을 버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언어가 됐어요. 수줍게 섬진강 남해로만 숨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방향을 틀어서 삭막한 자본에 매몰된 인간성을 찾아보는 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235~371쪽, 1만2500~1만38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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