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달성공원 동물들 '우리 언제 이사 가나요'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시설 노후화 등으로 제기능을 잃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이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 사육사에 사슴들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바닥에 앉아 있다. [email protected]
사육사 바닥 곳곳에는 사슴 배설물이 지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이날 달성공원에 소풍을 온 한 유치원생은 "선생님, 냄새나요"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옆 독수리 등 맹금류 사육사와 늑대, 코요테, 말레이곰 등 포유류 사육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낡아서 녹이 슨 철창 너머로 동물들이 찬 시멘트 바닥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다. 2~3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오래 갇혀 있어서인지 대부분 무기력해 보였다.
호랑이와 사자, 코끼리 등 비교적 넓은 사육사를 쓰는 동물들의 경우 다른 동물들에 비해 다소 사정이 나아 보였지만 환경이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시멘트벽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사육사는 너무나도 삭막해 보였다. 다소나마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그려놓은 벽화도 군데군데 지워져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도 동물원을 외면하기 일쑤다. 이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봄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달성공원을 찾았지만 동물원 일대는 한적했다.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시설 노후화 등으로 제기능을 잃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이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달성공원 포유류 사육사에서 말레이곰 한 마리가 철창 밖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여자친구와 함께 찾은 대학생 최모(21)군은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이 측은하다"며 "동물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성공원 인근에 산다는 시민 한모(63)씨는 "전국 3대 광역시로 꼽히는 대구의 위상과는 맞지 않게 동물원이 너무 초라하다"며 "하루 빨리 동물원을 번듯하게 지어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시설 노후화 등으로 사실상 제기능을 잃은 달성공원 동물원의 이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는 지난 2000년 수성구 대공원 구름골 일대 11만3000㎡ 부지로 동물원을 이전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민간 투자자가 선뜻 나서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지체돼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시가 지난해 12월 민간 사업자와 사업 추진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사실이 알려져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사업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시설 노후화 등으로 제기능을 잃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이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달성공원 곰사육사에서 불곰 한 마리가 무기력 한 모습으로 낮잠을 자고 있다. [email protected]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대구경북연구원에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사업을 위한 '입지선정 및 타당성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시는 오는 9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점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그동안 민간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심하고 있던 중 지난해 한 사업자가 투자 의향을 보였다"며 "최근 '밀실행정' 논란이 일긴 했지만 투자자를 미리 확보해놓자는 의미에서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MOU 자체는 사업에 서로 관심을 갖자는 수준일 뿐 이 사업자가 반드시 사업에 참여한다는 내용은 아니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 동물원 이전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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