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콜리 조교, 양떼 병사들을 몰아라…경남남해 '양모리 학교'

멀리 호주나 뉴질랜드, 영국 스코틀랜드에 가야 하느냐고? 아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의리 산 181-2 ‘남해 양모리 학교’로 가면 된다.
왜 ‘양모리’이고 ‘학교’일까. ‘양몰이’를 맞춤법에 어긋나는 ‘양모리’로 쓴 이유는 이미 ‘양몰이’를 상호로 쓰는 곳이 있기 때문이고, ‘학교’를 붙인 것은 ‘양치기의 하루를 경험하고 양치기 수료증을 받는다’는 스토리텔링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양모리 학교는 눈 앞에 남해가 펼쳐지는 구두산 정상 가까운 곳의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둘러싸인 3만3000㎡(약 1만평) 규모의 널따란 초원에 자리하고 있다. 삼촌인 양치기 마태용(45)씨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조카 손미희(25) 대표가 힘을 합쳐 꾸미고,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양몰이 학교를 찾은 관광객들은 양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초원을 마음껏 뛰놀 수 있다. 당초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씨와 보더콜리가 양떼를 몰고 다니는 ‘양몰이 쇼’를 보여줄 계획도 세웠지만 양을 학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중단했다. 볼거리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눈을 번뜩이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양떼를 감시하다가 무리에서 한 마리라도 낙오가 생기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제 자리에 되돌려놓는 보더콜리의 움직임에 따라 양떼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이 그 어느 인위적인 쇼보다 활기차고 재미있다.

관광객들은 동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먹이도 주며 동심을 되찾고, 동물 사랑의 마음을 키우게 된다. 동물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만큼 몸 쓰는 일이 많은 마씨가 난치병인 크론병 등 선후천적 신체장애들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다른 인생 공부가 필요 없어진다.

매주 목~일요일 개장하는데 하절기(4~10월)는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11~3월)는 오전 9시~오후 5시에 이용할 수 있다. 양의 먹이가 되는 초지를 보호하고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람 시간과 동시 수용인원에 제한을 두므로 인터넷 홈페이지(www.양모리.com)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성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 055-862-8933
인근 관광지로 조선 침략을 포기한 채 퇴각하는 왜군을 막다가 남해군 설천면 문의리 앞바다(노량)에서 순국한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충렬사, 1960년대 외화 획득을 위해 독일에 파견됐다 현지에서 정착해 살던 간호사와 광부들 중 30여 가구가 1999년 돌아와 터를 잡은 독일마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을 집필한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자 소설가인 서포(西浦) 김만중(1637~1692)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문신들의 유배와 유배문학을 다루며 박물관이 없는 이 지역의 박물관 구실을 하는 남해 유배문학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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