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맛집]특허받은 진미, ○·△·×…일산 ‘송재만 참치’

올 초 1280만명을 웃기고 울린 류승룡(43)의 휴먼 코미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성공 비결은 여럿이다. 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내건 이환경(43) 감독의 ‘진정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꿈을 못 피운 채 28세로 요절한 죽마고우의 이름을 딴 주인공 ‘용구’(류승룡), 초등학생 친딸의 이름을 붙인 용구의 딸 ‘예승’(갈소원·박신혜), 7번방 죄수 ‘신봉식’(정만식)이 아들 사진을 보고 감격하는 장면에서 비쳐지는 갓난아기 사진 속 이 감독의 늦둥이 아들 ‘예준’(1) 등 감독이 가장 소중한 것들을 걸고 만든 영화이므로 함부로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관객들에게 이심전심 전달됐고, ‘대박’으로 돌아온 것이다.
소문을 듣고 서울에서 일산까지 한 달음에 달려간 이유도 마찬가지다. ‘송재만 참치’. 주인의 이름이 붙여진 상호가 주는 당연한 신뢰감, 묘한 기대감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주소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785-1 현대 아이 스페이스 빌딩 2층’(031-906-4600)이다.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을 지나 일산경찰서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 있는 건물이다.

이 집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참치 해동법 특허 보유’라는 글귀다. 인도양에서 잡은 뒤 냉동하지 않고 항공편으로 직송해 식탁에 오르는 ‘생참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냉동참치’다. 생참치는 냉동과 해동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맛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파는 곳이 많지 않은 데다 가격도 냉동참치보다 훨씬 높다. 냉동참치는 참치를 영하 수십도에서 급속 냉동한 것으로 신선도나 안전성에서는 오히려 생참치보다 나을 수 있다.
다만, 참지집에서 손님들에게 내놓는 과정에서 대부분 실망을 안긴다. 해동을 덜 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거나 해동을 지나치게 해 살이 흐물거릴 지경으로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참치 대국인 일본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한국은 참치 역사가 짧다 보니 해동 기술력이 많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보완한 것이 이 집의 해동법이다.
실제로 이 집 참치는 생참치를 판다고 해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육질이나 식감이질 좋은 생참치 저리가라다. 한 점을 들어 혀 위에 살짝 올려놓으니 ‘촉촉하다’는 느낌이 들 뿐 ‘차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씹을 때도 쫄깃쫄깃 야들야들하다. 만족감은 있지만 ‘겉과 달리 속은 차다’는 느낌이나 ‘푸석푸석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 다음 눈에 띈 것은 참치의 종류와 O×표다.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O,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 등에는 ×표가 돼있다. 일부 참치집에서 참치라고 속여파는 새치류는 모두 ×표다. 한 마디로 참눈다랑어만 팔고, 나머지는 안 판다는 얘기다. 그런데 남방참다랑어와 황새치에는 △표가 돼있다. 경우에 따라 취급하기도 하는데 거의 안 한다고 한다. 오히려 △표시를 하고 이유를 밝히니 더욱 믿음이 간다.
참다랑어는 ‘참치 중의 참치’로 불릴 정도로 귀한 몸이다. 이 집은 참다랑어의 뱃살, 배꼽살, 머리의 볼살, 혈합육 등 주요 부위만을 담아 ‘로열’(1인분 10만원)이라는 메뉴로 내놓는다. 우연히 이 집을 찾은 일본인 손님이 해동된 참다랑어 배꼽살 맛에 반해 한국에 올 때마다 들른다. 어느 날인가는 일본에서 사케를 가져다 송씨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맛보던 참치 맛을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유에서다.
흥미로운 것은 ‘혈합육’이다. 다랑어, 고등어, 정어리 등 활동성이 큰 물고기에 많이 분포하는 살로 보통 살과 달리 암적색이다. 실핏줄이 많이 지나기 때문인지 색깔이 빨갛다. A, B1 등 비타민, 칼슘 등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한 점 집어 들면 바닥에 피가 묻어있을 정도다. 소의 생간 맛이다. 그런데 맛도, 냄새도 전혀 비리지 않다. 역시 해동이 잘 된 덕이다. 해동이 제대로 안 됐다면 비려서 어지간한 비위로는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집에서 만날 수 없었던 것은 역시 해동 기술력 덕이었다. 이 집에 또 오고 싶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눈다랑어 70~80%에 참다랑어 20~30%로 채운 ‘프리미엄’(5만5000원), 눈다랑어 100%인 ‘비즈니스’(3만9000원) 등도 있어 예산에 맞춰 주문할 수 있다. 모두 뱃살 중심이다. 참다랑어 뱃살 중심으로 1인분 10만원인 것이나 눈다랑어 뱃살로 3만9000원이라니 저렴하다. 지역이 서울이 아니라 일산이고, 2층에 자리한 것이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다. 서울에서 혼자 차 몰고 와도 이익이다.
점심은 정오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저녁은 오후 5시30분부터 자정까지다. 일요일은 쉰다. 주차는 건물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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