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록밴드 '레이시오스' "아이돌처럼 '쇼' 보여줄 수 있어요"

“2008년 앨범을 냈을 때는 저희 같은 음악이 없었어요. 록 밴드들이 공연하는 무대에 저희가 올라가면 관객들의 반응이 싸해졌어요. 그래서 클럽에서 DJ들과도 해봤는데 격차가 더 컸어요.” (김바다)
낯선 음악인만큼 멤버들에게도 도전이었다. “신시사운드가 있으면 기타 소리가 묻히지 않게 톤을 다르게 잡아야 해요. 리프를 만드는 것도 신시사운드를 많이 생각하고 디테일하게 가야 합니다. 본능적으로 연주하는 밴드 사운드와는 달라요”(김정준), “드러머 입장에서는 연주가 많이 건조해질 수도 있어요. 틀에 맞춰서 쳐야 하니까요. 그 안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려고 하는데 할수록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김영식)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갈라섰던 밴드가 다시 뭉치는 데는 5년이 걸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업을 이어온 지 5년, 곳곳에서 ‘뿅뿅 사운드’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밴드 ‘YB’, 가왕 조용필(63) 등이 음악에 일렉트로닉을 버무렸고 영국 일렉트로닉 록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내한공연에 수천 명이 모이는 즈음이었다.
일렉트로닉 록 사운드에 대한 수요가 늘자 ‘더 레이시오스’의 김바다(보컬), 김영식(38·드럼), 박상진(34·신시사이저), 김정준(35·기타)도 다시 모였다. 김바다가 우연히 만난 브라질 여성이 “밴드 이름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추천해 준 음악이 ‘더 레이시오스’의 곡이었다는 사실도 힘을 줬다.
각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높은 평점(네이버뮤직 9.7/10·멜론 4.9/5·엠넷 10/10)을 기록한 ‘버닝 텔레파시’를 다듬어 ‘러스티 이니셜라이제이션(Lusty Initialization)’으로 재발매했다. “새로운 앨범을 만들 듯 작업했다. 기존의 소스를 버무린 게 아니다”는 김바다의 설명이다. 이들의 음악에 매료된 음악평론가 임진모(54)가 자진해서 앨범 속지를 썼다.
애초부터 “의미를 두기 싫었다”는 밴드 이름 ‘더 레이시오스’를 발음이 쉽게 ‘레이시오스’로 바꿨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걸그룹 ‘크레용팝’이 참여한 신곡 ‘예 예 예(Yeah Yeah Yeah)’도 더했다. “터프한 음악에 여자 목소리를 넣어보고 싶었어요. ‘크레용팝’ 멤버들 캐릭터가 재미있고 목소리가 잘 어울려 음악 맛이 산 것 같아요.”(김바다)

자신들의 음악이 시류를 탄만큼, 밴드가 어렵게 다시 뭉친 만큼, ‘레이시오스’를 뽐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평양냉면은 세 번을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하잖아요. 저희 음악도 세 번만 ‘정독’하면 빠져드실 겁니다.”(박상진)
하지만 여전히 설 수 있는 무대는 좁다. 록 밴드의 매력을 뿜어낼 수 있는 방송 무대에 오르길 원하지만, 막연한 기대일 지도 모른다. 김바다는 “각 방송사 음악 순위프로그램들 만드는 분들은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합니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아이돌만 나오는 게 맞는 건가요? 저희도 ‘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립싱크를 할 수도 있어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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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5호(9월3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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