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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바탕 게이쇼에게 박수를,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

등록 2013.10.16 12:10:20수정 2016.12.28 08: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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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9일 개봉한 ‘쇼를 사랑한 남자’(원제 ‘Behind the Candelabra’)는 출연자들의 게이 흉내를 보는 것 만으로도 숨 막힐 듯 재미있는 영화다.  te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9일 개봉한 ‘쇼를 사랑한 남자’(원제 ‘Behind the Candelabra’)는 출연자들의 게이 흉내를 보는 것 만으로도 숨 막힐 듯 재미있는 영화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트래픽’,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시리즈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50),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호스 위스퍼러’ 등의 각본가 리처드 라그라브네스(54), ‘추억’, ‘스팅’, ‘코러스 라인’ 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음악가 마빈 햄리시(1944~2012) 등 쟁쟁한 제작진과 마이클 더글러스(69), 맷 데이먼(43)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모여 쉽게 잊혀지지 않을 걸작을 만들어냈다.

 라스베이거스 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리버라치(1919~1987)의 마지막 10년을 그의 동성애인인 스콧 토슨(54)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살려냈다. 당분간 영화계를 떠나 TV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뜻에 따라 미국 케이블채널 HBO에서 TV영화로 제작됐다. 현지에서는 지난 5월26일(이하 현지시간) 방송됐는데, 3500만 시청자를 확보하면서 2004년 이래 TV영화로서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칸 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해외에서는 줄줄이 극장개봉 중이다.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2013 에미상 시상식에서 1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무려 11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프라임타임에미상 미니시리즈·영화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스티븐 소더버그), 남우주연상(마이클 더글러스)을 비롯 크레이티브아트 프라임타임에미상에서도 미니시리즈·영화 부문에서 캐스팅, 미술감독, 의상, 편집, 헤어스타일링, 분장, 특수분장, 사운드믹싱 상을 따내며 명실공히 올해 가장 주목받은 TV영화임을 입증했다.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개 훈련사로 일하던 17세의 스콧 토슨이 1977년(실제로는 1976년이라고 함) 게이바에서 프로듀서 밥 블랙(스콧 베큘러)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 번이나 결혼해 이부형제들을 연달아 낳은 후 재활시설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토슨은 밥 블랙을 통해 리버라치와 처음 조우한다. 그에게 한눈에 반한 리버라치의 제의로 비서로 채용돼 함께 살게된다. (청소년 보호에 까다로운 미국 TV방영을 고려해서인지 스콧 토슨이 미성년자라는 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40세 연상인 리버라치는 금발청년 취향의 게이로 외부에는 영원한 사랑을 찾고 있는 독신남으로 포장되고 있었다. 커밍아웃하는 것이 별스럽게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당시만 해도 동성애자임은 철저히 숨겨야하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은 게이로 붐빈다. 가정부 칼루치(브루스 램세이), 성형외과의사(로브 로우) 등의 ‘끼 떠는’(게이 커뮤니티에서 여성스러운 게이들의 행동을 이렇게 부른다) 연기부터 마이클 더글러스의 게이 연기가 압권이다. 게이의 ‘끼’가 엔터테이너적 ‘끼’와 상통하는 지 지금도 연예계에는 동성애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9일 개봉한 ‘쇼를 사랑한 남자’(원제 ‘Behind the Candelabra’)는 출연자들의 게이 흉내를 보는 것 만으로도 숨 막힐 듯 재미있는 영화다.  tekim@newsis.com

 극중 토슨의 입을 빌려 “사람들이 게이스러운 쇼를 이렇게 좋아할줄 몰랐다”는 대사처럼 번쩍번쩍 현란할 정도로 화려한 장식과 드래그퀸 같은 요란한 복장, 주름을 인위적 수술로 당겨 생긴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언행을 완벽히, 더욱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현해낸다. 후두암을 극복하고 복귀한 더글러스는 암으로 목소리가 변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녀린 목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리버라치’를 만들어냈다.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클리셰가 아깝지 않다.

 리버라치와 토슨의 6년간의 집착적 사랑과 결국은 소송으로 끝나는 동거생활을 기본 뼈대로 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 두 사람의 성장환경과 클래식 공연을 특유의 쇼맨십으로 토크쇼로 승화시키며 TV와 영화계까지 진출하는 리버라치의 활약상을 무대 모습과 사소한 에피소드, 대사로 촘촘히 채워 넣어 완전한 초상화가 그려지도록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충실한 극본에 기초해 ‘천재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재빠른 두뇌회전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이 발휘된 결과다. 모든 이들이 궁금해할 동성연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폭로에 두 주인공의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심리극까지 더해지며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한 것일까. 10대 소년에 불과했던 토슨은 양성애자로 여자역할 하기를 거부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혼자서는 외출도 못하게 하는 집착적 사랑에 숨막혀하면서도 엄청난 선물공세와 호화로운 생활에 길들여져 리버라치에게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만 리버라치는 토슨을 양자로 입적하려하고, 그의 모습과 닮게 성형수술까지 시킨다. 성기 임플란트를 하고 대머리를 가발로 숨긴 늙은이에게 깜짝 놀라면서도 고아나 마찬가지인 토슨은 그가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더 필요로 했던 것일까.

 요리, 섹스, 쇼핑과 다른 이를 즐겁게해주는 일이 생의 전부라는 리버라치는 섹스중독자로 몇개월 주기로 금발청년 애인들을 갈아치운다. 토슨과의 관계는 6년간이나 이어졌지만 결국 제 버릇 남주지 못하고 한눈을 팔기 시작한다. 토슨을 입양해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은 사인을 하지 않아 유효화되지 못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빌미로 토슨을 애완견처럼 소유하고 가지고 논 것일까. 토슨에게 시도 때도 없이 쪽쪽 입을 맞추고 자기 취향으로 변모시키는 행동은 어린 시절 엄격하게 피아노 레슨을 받느라 친구도 없고, 아버지는 바람나 떠나고, 어머니는 돈만 밝히는 환경에서 애정결핍과 톱스타로서의 고독에 시달려온 리버라치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9일 개봉한 ‘쇼를 사랑한 남자’(원제 ‘Behind the Candelabra’)는 출연자들의 게이 흉내를 보는 것 만으로도 숨 막힐 듯 재미있는 영화다.  tekim@newsis.com

 일반적 남녀사이도 마찬가지지만 ‘사랑’이란 단순히 정의내리기 힘든 것이다. 그들 사이에 어떤 끈끈한 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소더버그는 재빠른 화면전환을 통해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고 장면을 나열한다. 판단의 몫은 관객에게 남긴다.

 70년대와 호화찬란한 리버리치의 무대와 의상을 만들어내고, 극중 리버리치와 토슨이 성형수술로 변모한 얼굴까지 그럴듯하게 살려낸 스태프들의 공로는 이 작품에 쏟아진 에미상이 아깝지 않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에미상 수상소감에서 함께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맷 데이먼을 지목하며 “맷은 정말 훌륭한 배우이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이유다. 이 상의 반은 맷 데이먼의 것”이라고 밝혔다. 맷 데이먼 역시 마이클 더글러스에 필적한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버라치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그를 닮아가는 외모와 복색, 언행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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