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개그콘서트 '두근두근' 잠옷녀 실제로도…그랬다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그리는 눈이 맑다. KBS 2TV ‘인간의 조건’에 출연해 주목받은 그 엉뚱한 모습, 그 수다스러운 말 그대로다. 인터뷰는 “기자님 어디서 왔어요?”라는 개그우먼 박소영(26)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자리에 앉은 박소영은 “감기에 좋다”며 자몽차를 주문했다. 감기에 걸린 건 아니었다. “미리미리 먹어줘야 한다”며 차 속의 자몽을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질겅질겅 씹었다. ‘인간의 조건’에서 ‘쓰레기 없이 살기’ 미션을 경험한 덕이다. 찻잔을 깨끗이 비우고는 건너편 매니저의 유자도 챙겼다. 매니저는 밝게 웃으며 빈 컵을 들어 보였다.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본인의 사진을 보고 “이게 뭐야, 뱀 같이 나왔네”라며 샐쭉거린다. “여태껏 귀엽다는 이야기만 들어서 섹시하게 찍어봤는데…”하고는 한참을 인터넷에 뜬 본인의 사진을 훑었다. “어머, 이건 예쁘게 나오지 않았나요?”

종종 코를 팠던 것 같기도 하다. “4차원이요? 그런 적은 없어요. 저는 정상입니다. 워낙 활발하고 조…그 뭐죠? 아! 조증! 항상 떠 있어서 정신없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뇌에서 생각하면 바로 실천에 옮기고.”
어려서부터 그랬단다. “왜 귀엽게 혼자 시끄러운 애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폴짝폴짝 남자애들을 괴롭히고 다녔죠.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고요. 주위에서 밤까지 제가 떠들고 있으면 ‘너는 지금까지도 힘이 남아도느냐’고 말하기도 해요. 밖에서 말을 많이 하고 ‘뽈뽈’거리고 다니니 집에 가면 숙면하죠. 좋아요.”

제일 좋았던 허무하게 끝나는 말이라며 답을 요구한다. 잠깐의 침묵, 시무룩해진 박소영이 스스로 답을 말한다. “우연의 일치?”하고서 다시 웃는다. “‘두근두근’ 코너를 하면 늘 ‘두근두근’한 걸 짜야 하니까 마음이 ‘두근두근’해요.”
‘무식’보다는 ‘허당’이라고 캐릭터를 짚었다. “솔직히 저도 조금 무식하긴 해요. 아마 제 생각에 어렸을 때 워낙 많은 정보가 뇌 속에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 머리가 꽉 차서 싹 비워버렸죠. 제가 한번 들은 걸 안 까먹기 때문에 그렇게 해줘야 해요.”

일없던 시절, 시간 보낼 곳을 찾다 들른 서점에 쪼그리고 앉아 기욤 뮈소의 ‘구해줘’와 티에리 코엔의 ‘살았더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었다. 특히 ‘살았더라면’은 두 번 읽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제 “주변에서 똑똑해지면 안 된다고 했다”는 핑계로 책도 안 본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화 상대방이 웃는 횟수를 셌다. 동료 배우들과 얼굴에 큰점 하나, 콧물 한 줄 더 그리려고 악다귀를 쓰는 천상 개그우먼이다. “예쁜 역할보다는 웃긴 역할, 재밌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왜 요즘 미녀 개그우먼들이 참 많잖아요. 그 친구들도 자신이 예뻐 보이려고 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 고민해요.”
자몽을 삼키며 박소영이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왜 좋으냐고요? 그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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