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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 헤어스타일 안돼"…남아공 여고, 인종차별 교칙 재검토 지시받아

등록 2016.08.31 18:34:50수정 2016.12.28 17: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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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흑인 학생들이 이른바 '아프로' 머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여자고등학교가 교육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남아공 교육부는 흑인 학생들의 머리 모양을 규제한 프리토리아 여고의 학칙을 다시 검토하라고 30일(현지시간) 지시했다. 이 학교는 3주 안에 인종 차별적인 내용을 학칙에서 삭제한 뒤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교육부는 성명을 내고 "이 학교 학생들은 '아프로'와 같은 흑인 머리 모양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학칙에도 머리 모양을 규제하는 내용이 있었다"며 "이런 조항을 반드시 검토해야 하고 인종 차별적인 학교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토리아 여고는 1994년 남아공 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기 전까지 백인 학생들의 입학만을 허용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인종 차별적인 교칙 사례로는 '모든 머리카락은 빗질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남아공에 사는 흑인들의 머리는 빗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아프로 머리를 했을 때도 빗질이 어렵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백인 기준으로 만든 교칙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학생들은 지난 28~29일 학교 내 인종 차별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와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시위는 머리 모양을 제한하는 문제로 촉발됐지만, 점차 흑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았던 차별 대우에 항의하는 내용으로 확장됐다.

 교사 일부는 흑인 학생들의 아프로 머리가 "원숭이 같다", "새 둥지를 머리에 얹은 것 같다"며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했고, 생머리로 만드는 파마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생은 알자지라방송에 "우리가 학교에서 인종에 따른 심한 편견을 받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사진과 함께 '프리토리아 여고에서의 인종 차별을 멈춰라'라는 해시태그(hashtag·#)가 퍼졌다.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들도 각자 학교의 온라인 신문에 기고문을 보내며 후배들을 지지했다.

 이 지역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판야자 레수피는 30일 직접 프리토리아 여고를 방문했다. 레수피 장관은 학생들의 고충을 들은 뒤 인종 차별의 소지가 있는 교칙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같은 날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석기시대에나 있을 법한 규정"이라며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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