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페라이어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이제야 확신"

【서울=뉴시스】머레이 페라이어, 미국 피아니스트(사진=Felix_Broed)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통하는 머레이 페라이어(69)가 5년만인 2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연주한다.
페라이어는 이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10년을 준비해왔다. 그는 내한에 앞서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이 공을 위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재작년 여름에 2개월 정도 시간을 내서 오로지 이 곡 만을 파고들었어요. 그리고 이제야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됐고,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인 이 곡은 ‘피아노의 에베레스트’로 통한다. 전 피아노 레퍼토리를 통틀어 가장 난곡이다. 베토벤이 실수로 잘못 붙여놓았다는 의심을 사게 하는 빠른 템포와 절정의 기교를 요하는 테크닉 등 비상식적으로 혼잡한 구성을 띤다.
페라이어는 하지만 이 곡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들려준 ‘함머클라비어’에 대해 LA 타임스는 “월트 디즈니 홀에서 열렸던 공연 중 단연 손꼽히는 연주”라 극찬했다.
특히 모든 연주자들이 손사래 치는 템포에 있어 “페라이어는 베토벤이 원했지만 피아니스트들이 대부분 실현해내지 못한 그 속도로 연주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소용돌이치는 대위법의 멜로디는 명징하게 들려왔다”고 평했다.

【서울=뉴시스】머레이 페라이어, 미국 피아니스트(사진=Felix_Broed)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행됩니다. 베토벤이 써 놓은 가이드에도 빠르게 연주하라고 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과하다고 느껴요. 그렇게 연주함으로써 몇몇 부분들이 불확실하게 표현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음악은 작곡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그가 이 악장을 조금 천천히 연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이유다.
“세번째 악장에도 템포가 표기돼 있지만 저는 이를 완벽하게 따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예전에 베토벤에게 사람들이 어떤 곡의 템포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베토벤은 그 표기는 오직 그 마디에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답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곡의 심장이자 하이라이트는 3악장. 정말 외로우면서도 우울하다고 이 악장을 해석한 페라이어는 “당시 베토벤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 것만 같다”고 봤다.
“이어지는 푸가는 정말 장대면서도 기념비적인데, 개인적으로는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 있어서 일일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인데, 그래도 이 슬프고 느린 악장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 희망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서울=뉴시스】머레이 페라이어, 미국 피아니스트(사진=Felix_Broed)
이번 프로그램을 마지막 곡인 ‘함머클라비어’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페라이어는“ 기본적으로 한 스타일을 대표할 수 있는 고전적인 곡들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든의 변주곡은 모차르트가 죽고 나서 그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작곡된 것으로 아는데, 두번째 변주에서 모차르트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있죠.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즈음에 작곡된 매우 드라마틱하고 강한 소나타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람스의 곡들도 있죠. ‘함머클라비어’를 듣기 전의 도입부로서 가장 어울리는 곡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그램 투어로 기존의 서정적인 연주 대신 보다 자유로운 연주를 선보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저는 곡의 어떤 특정 부분보다는 그 곡 전체를 표현해내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한 순간보다는 그 곡이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더 초점을 두는데, 이에 따른 결과인 것 같네요.”
40여 년 이상을 무대 위 연주자로서 살아 페라이어는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으로 통한다. 세계 주요 콘서트 홀과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섭렵한 그는 현재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상임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건반 위의 음유시인’ 등 다양한 수식을 갖고 있다. “저는 스스로 제 자신을 묘사하거나 하진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거죠. 제 별명들도 사실 잘 몰라요.”
페라이어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야심찬 프로젝트인 헨레 원전 악보를 사용, 베토벤 소나타 전곡 편집에도 착수했다. “아직 절반 정도도 진행되지 않았어요. 워낙 많은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죠. 모든 베토벤 소나타 작업을 마칠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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