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뚝딱' 쉽게 만들 수 있는 사제총기…모방범죄 우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강간 등 전과 9범이자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중인 성모(46) 씨가 번동파출소 김모(54) 경위를 향해 총을 난사, 김 경위는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날 밤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경찰이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사제 총기를 공개하고 있다. 2016.10.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서울 시내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경찰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제작법을 배워 사제총기를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사건 보도를 접한 누리꾼 상당수가 "총기 자유화가 아닌 덕에 우리나라는 총기사고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사제총을 제작해 경찰을 죽였다니 무섭다", "겉모습은 장난감총 같은데 사람을 죽일 정도라니 충격적이다'라는 등으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6시45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앞에서 발생한 총격전으로 번동파출소 김창호(54) 경위를 숨지게 한 성모(46)씨는 사제총을 다수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성씨가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해 총기를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씨가 제작한 17정의 사제총기는 쇠파이프와 나무, 고무줄을 이용해 만들었고 화약과 연결된 심지에 불을 붙여 쇠구슬 탄환을 쏘는 구조였다.
이처럼 겉모습은 조악해보여도 근거리에서 살상력이 엄청난 사제총기를 요즘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포털 사이트에 단 몇 글자만 검색하면 자신이 제작한 사제총기를 뽐내듯 선보이는 동영상을 금방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가 이날 유튜브와 구글에 'making gun(총 만들기)'으로 검색하자 무려 3640만개, 338만개의 관련 동영상이 쏟아졌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경찰이 총기를 난사후 도주중 잡힌 성모씨로 부터 압수한 사제 총기를 공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오후 6시30분께 강간 등 전과9범 성모(46)씨가 조사중이던 번동파출소 김모(54) 경위 도주중 총기를 난사했다. 김 경위는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2016.10.19. kkssmm99@newsis.com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3만2660회로 'Nice job', 'I love it' 등 '멋지다' '좋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수백여 개 달려있다.
이밖에도 쇠파이프와 쇠막대, 구슬 등의 재료를 이용해 사제총을 쉽게 만드는 영상들이 인터넷에 넘쳐났다. 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집에서 사제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도 사제총기에 관한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 1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발효했고 총포·화약류의 제조 방법이나 설계도 등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유튜브에 올리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힘들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총기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해 총기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는 사람들을 해칠 목적으로 직접 인터넷 영상을 보고 사제총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동영상은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따라 하기가 수월해 일반인들도 10분이면 만들 수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처벌 조항은 있지만 범죄 수법을 담은 유해 정보가 인터넷에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일일이 확인을 해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또 유튜브 등 서버가 외국에 있는 사이트는 우리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못해 불법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제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사제총기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제작할 수 있는지 호기심이 생겨 모방범죄를 저지를까 우려된다"며 "수사기관은 국민들에게 총기의 위험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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