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죽은자들의 날' 요란한 축제로 변질..헐리우드영화· 핼로윈 영향

【멕시코시티=AP/뉴시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중심가 레포르마 거리에서 29일(현지시간) 행진을 앞두고 분장한 채 대기하고 있는 여성참가자들. 원래 죽은 가족들의 영혼을 달래고 조용히 추모의 모임을 갖던 이 행사는 헐리우드 액션영화와 좀비 , 미국 핼로윈 행사가 혼합되면서 점점 거대한 축제와 행진으로 변모해 관광상품화되었다. 2016.10.30
해마다 11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거행되는 이 전통 행사는 21세기 들어 멕시코 정부가 국경일로 지정하면서 행사인파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29일(현지시간) 시작된 멕시코시티의 행사 첫날 부터 엄청난 군중이 참가했다.
거리마다 꽃으로 꾸민 이동차량에 탄 거대한 해골인형들과 1000명이 넘는 배우, 무용가, 곡예사들이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고 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을 구경하기 위해 각지에서 수만명의 구경꾼들이 운집했으며 행렬에는 전통적인 아트텍 전사들이 커다란 인디언 모자를 쓴채 롤러 스케이트를 타면서 묘기를 보이는 공연도 포함되었다.
아즈텍 전사로 분장한 채 이 부대를 이끌고 있는 32세의 목수 후안 로블레스는 "이런 전통행사를 보존해 나가는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노소를 불문하고 많이 나와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전통행사에서는 이런 것은 아예 없었다. 멕시코시티에서 일어난 대형폭발사고를 주제로 현지에서 촬영했던 2015년 007영화 "스펙터"(Spectre)의 시나리오에서 따온 아이디어다. 해골의상을 입고 행진하는 사람들과 축제인파 사이를 누비며 제임스 본드가 악당을 추격하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결국 헐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가 상상한 멕시코 축제의 모습이 영화를 통해 다시 수백만 멕시코 국민에게 각인된 후 멕시코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 축제행사를 벌이는 격이 되었다.
"세계 67개국 수억명의 관객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 영화를 관람했으니 그들의 기대에 맞춰 우리도 뭔가를 해야할 것 아닌가"하고 멕시코 관광국 소속의 루르데스 베르호 CEO는 말했다. 전통문화보다는 화려한 행사와 거대한 행렬을 구경하려는 국민들과 이를 보러오는 관광객들의 흥미에 맞추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멕시코시티 당국은 심지어 007영화 촬영에 사용되었던 소도구와 장치까지도 전시품으로 행진에 동원했다. 그리고 이를 "죽은자들의 날 명절 마다 멕시코에 대대적인 관광인파를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다목적 캠페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헐리우드의 영향 외에도 해마다 인기를 더해가는 "좀비 행진"과 미국 핼로윈에서 따온 마녀들, 식인귀와 유령들, 각종 소도구와 장식품까지 거리 노점에서 팔고 있어 '죽은 자들의 날' 행사는 멕시코의 전통문화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져가고 있다.

【멕시코시티= AP/뉴시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중심가에서 29일(현지시간) '죽은자들의 날' 축제행사에서 남성 시민들이 해골로 분장한 채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2016.10.30
일부 지방에서는 죽은 영령이 무사히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문간에 오렌지색 매리골드 꽃다발을 두기도 하고, 영혼을 인도하기 위한 모닥불을 피워놓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과일 펀치주를 마시며 늦가을 추위를 달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마다 거대한 꽃제단을 마련하고 대규모 축제행진과 자전거대회, 패션쇼등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원래 멕시코의 전통적 행사에서는 가족의 혼이나 유령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지만 좀비와 핼로윈의 영향으로 갈수록 으시시한 귀신들이 떼를 지어 행진한다. 핼로윈처럼 아이들이 사탕을 구걸하는 행사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정작 참가자들이나 주최자들 모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을 보려고"하는 일이라며 전통의 변화는 별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원래 멕시코인들은 죽은 사람의 유령을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친근한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무서운 해골이나 유령의 행진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행사 조직자 예수스 로드리게스는 플래스틱 가짜 팔을 휘두르며 강조했다.
원래 스페인 식민지시대 이전의 원주민 풍습과 스페인의 풍속이 융합되어 탄생한 이 "죽은자들의 날" 행사는 오랫동안의 전통적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축제를 사랑하고 전통을 지키려는 멕시코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다.
최근에는 멕시코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피살된 것으로 추측되는 거의 3만명의 실종자들을 위한 공동 제단, 해골가면을 쓴 성매매 여성들이 참가하는 피살된 매춘부들을 위한 제단까지 멕시코 시티에 등장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신종 맞춤 행사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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