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1970~80년대 수혈 감염 사태 진상 조사

【런던=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 한 단체 회의에 초대돼 연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6월8일 조기 총선 실패 후 총리의 위세가 매우 약해졌다. 2017. 7. 11.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당시 어떻게 오염된 혈액이 수천 명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고 최소 2400명이 사망했는지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당시 사건으로 고통과 어려움에 시달린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알 자격이 있다”라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당국이 당시 오염된 혈액으로 환자를 치료해 2400명이 숨졌다”라며 “소름이 끼치는 불의의 사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1970~1980년대 영국 공공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병원들에서 혈우병 환자 수천명이 C형 간염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했다. 당국은 당시 이 사태를 조사했지만, 시민단체와 의회는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6개 정당 대표들은 이 사건의 은폐 의혹에 대한 포괄적 규명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고 이에 정부가 재조사에 나선 것이다. 당국은 영국 전역에 걸쳐 이번 진상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의 발표 후 의회는 이에 대한 긴급 토론을 벌였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다이애나 존슨 의원은 “이 사건은 국민건강보험 역사상 최악의 의료재해”라고 비난하면서 “당국은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필립 던 보건부 장관은 이번 조사에서는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혈 사태는 NHS가 당시 NHS 산하 병원들에 미국에서 수입한 혈액 ‘혈액응고제Ⅷ인자’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일부 혈액이 감염된 사실을 알게 돼 공급 경로에 대한 추적 조사에 착수했고 이 중 미국 수감자 등 고위험 기증자의 것으로 밝혀냈다.
영국 혈우병 환우회의 자료에 따르면 감염된 혈액을 수혈한 혈우병 등 출혈질환 환자 4500여명이 HIV, B형 간염, C형 간염에 걸렸으며 C형 간염에 걸린 환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200명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그 중에서도 250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 번햄 전 보건부 장관은 지난 4월 의회에서 “수혈 사태는 의료산업 차원의 범죄적 은폐 사건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시 의료기록을 인용하며 이는 당국은 환자에게 수혈에 대해 내용을 전달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오염된 혈액의 검사 결과를 수년 심지어는 수십년 간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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