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도 적대국도 트럼프 '예루살렘 조치'에 우려 표명
【솔트레이크시티 (미 유타주)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4일 (현지시간) 유타주 의회 의사당에서 베어스 이어스 등 유타주 최대의 2개 국립기념물 크기를 대폭 축소하는 선언서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2017.12.05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대표는 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두 국가 해법' 노력을 저해하는 행동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예루살렘의 지위를 둘러싼 문제는 양쪽 모두의 염원을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반드시 협상을 통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유로뉴스 등이 전했다.
유엔의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우리는 예루살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바탕으로 양쪽 사이 직접적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계속 고려해 왔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계획이 우려된다며 "우리는 예루살렘이 당연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최종 합의를 해야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은 갈등을 진정시키는 게 아니라 더욱 부추길 뿐"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예루살렘 문제는 이-팔 간 평화와 안보 구축을 위해 양측의 평화 협상이라는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예루살렘은 기독교인, 유대인, 무슬림 모두에게 특별하고 신성한 장소이며 평화를 위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전화통화를 하고 러시아는 예루살렘과 관련해 이-팔 사이 대화 재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고 크렘린(대통령궁)이 전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이번 조치를 실제로 이행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그는 "예루살렘은 무슬림들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발표를 앞두고 중동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5일 예루살렘 템플 마운트의 알아크사 모스크에 있는 '바위 돔 모스크(또는 황금돔 모스크)'의 모습. 2017.12.06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인 요르단과 사우디 아라비아도 목소리를 같이 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왕은 "해당 결정은 평화 프로세스 재개 노력을 저해할 것이며 무슬림과 기독교도 모두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은 "이런 위험한 조치는 전 세계에 있는 무슬림들의 격정에 불을 붙힐 것"이라며 "영구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 협상을 저해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도 우려를 표했다.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의 무능과 실패를 보여준다며 "결국엔 팔레스타인인들이 승리할 테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주 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작년 미 대선에서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친 이스라엘 성향의 보수 표를 결집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동맹임에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양국 사이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였다.
이스라엘은 1967년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자신들의 수도라고 천명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