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1987 정부 '인권유린국' 평가에 곤혹
외교문서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일 비밀해제된 1987년 전후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7년 1~2월께 유럽 순방에 나섰던 당시 노신영 국무총리는 방문하는 곳마다 인권문제에 관해 해명해야 했다.
당시 노 총리의 교황 예방 면담에 앞서 작성된 참고자료를 보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들어있다.
이 자료는 '국내현황'에 관해 "일부 정치인, 재야인사 및 불순단체에서 '박종철 추도회 준비위'라는 연합단체를 만들어 이 사건을 정권 야욕을 채우기 위한 호재로 보고 추도행사를 빙자한 군중집회를 통해 국민을 반정부적으로 몰아 폭력에 의한 민중봉기로까지 연결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대한 '정부입장'으로 "종교행사를 위장해 민중선동과 사회불안을 야기하려는 불순한 정치집회는 안보상 특수여건 등 차원에서 엄중히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현지 TV와의 인터뷰 참고자료에서도 당시 정부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얼마나 외부 시선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볼 수 있다.
이 참고자료는 인권문제 관련한 정부 입장 첫 문장에서 "한 나라의 인권문제 평가는 그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야 하며, 일률적 기준으로 전 세계 각국의 인권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인권유린' 비판에 대응하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참고자료는 특히 "구체적 거론 시, 예 : 김근태 사건, 권인숙 성고문 사건, 문익환 목사 사건, 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 기타 보안 사건 등"이라고 구체적인 경우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답으로 "모든 사건은 사법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으며, 고문 행위는 없음"이라고 말할 것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총리가 해외 순방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해 2월 당시 미국 국무성 인권보고서는 "헌법상 고문이 금지되어 있으나, 정부의 고문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문 및 잔혹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권인숙에 대한 경찰의 성적학대, 노동운동가 15명에 대한 보안사의 고문에 대한 보고가 있었으며, 김근태에 대한 고문여부는 대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부는 우리 내부의 인권침해 실태를 감추는 동시에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실태를 부각시키려고 시도한다.
외교부는 당시 안기부에 미국 인권보고서에 한국에 관한 내용이 북한에 관한 내용보다 많은 이유가 "북한 실태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라고 평가하며 그해 초 탈북한 '김만철씨 가족'의 증언 자료를 요청했다. 주미대사관을 통해 알리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안기부는 외교부에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자료를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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