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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양승태…"사법농단 몰라" 부인에도 불씨 여전

등록 2018.06.01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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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부당 간섭·법관 불이익 모두 강하게 부인

문건 지시·보고 등 핵심 질문은 전부 답변 회피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

靑과의 오찬 당시 관련 문건 언급 등 의혹 남아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거센 논란을 진화하려 했지만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당시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간섭하거나 거래를 한 적이 결단코 없다고 했다. 법원행정처 정책에 반대하거나 재판에 특정 성향을 나타낸 판사에게 편향적 조치를 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받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고 문건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면서 결국 '모르쇠' 해명으로 일관해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9월 퇴임 이후 침묵을 유지해왔던 양 전 대법원장이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청와대에 상고법원 '협상 카드'로 언급된 판결의 당사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파장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원 안팎으로 '재판 불복'에 이어 사법부 불신 움직임이 크게 일면서 이를 잠재우려 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고 확신한다"며 "대법원 재판을 왜곡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대법원 재판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지시하거나 보고 받았는지에 대해 문건을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법원행정처가 그 같은 문건을 작성한 것이 사실이라면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사법행정의 총괄책임자인 자신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제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에서 뭔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래 사람이 다 했다는 것인가', '지시 없이 문건이 만들어진 것인가' 등의 물음에는 문건을 모른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말할 수 있지 않겠나", "지금까지 (문건을) 본 적도 없고 도대체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저한테 보고가 안되고 넘어가는 것도 많고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email protected]

또 이번 파문의 총책임자를 묻는 질문에도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재판 거래' 정황이 담긴 문건이 만들어진 직후인 지난 2015년 8월초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 같은 내용이 실제 언급되거나 전달됐는지도 여전히 의혹에 휩싸여있다.

 앞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당시 오찬 자리에 상고법원 관련 '(150803)VIP보고서'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판결)가 기재된 '현안 관련 말씀 자료' 등 재판 관련 문건은 가져가지 않았고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배석해 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런 건 일회성으로 (보고)하고 한번 본 후 버렸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게 아니라 만나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않나. 화제거리가 있어야 하니 말씀자료가 있는 것이다. 의례적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공부하듯 외우고 있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지난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대외비로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 자료'에는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며 과거사 정립 5건, 자유민주주의 수호 2건, 국가경제 발전 3건, 노동개혁 4건, 교육개혁 2건 등 총 16건이 박근혜 정권 국정 기조에 맞게 선고됐다고 자평하는 내용이 나온다. 주요 현안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들이다.

 2015년 11월 19일 당시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 역시 "우선, 그 동안 사법부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어 ①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②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 등), ③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키코 사건 등), ④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정리해고·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⑤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을 협조 사례로 열거했다.

 '협상추진 전략' 문건은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VIP와 BH에 힘을 보태 왔다"라며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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