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후분양제, 집값 잡고 분양권 투기 멈출까?
민간 아파트 적용까진 시간 걸릴 듯
공공은 내년 말부터 후분양제 아파트 도입
건설사, 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 양극화

당장 정부는 공공주택에 후분양제를 적용하고 민간으로 차츰 늘려가겠다는 생각이지만 나중에는 모든 주택에 후분양제를 도입해 주택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분양권 투기를 없앨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분양제 역시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건설사가 주택 사업에서 소외될 수 있고, 분양가 역시 선분양제보단 높을 수밖에 없어 후분양제가 자리잡기 위해선 시행착오를 겪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후분양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LH는 올해 분양예정물량 중 시흥장현, 춘천우두 2개 단지를, 내년에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SH는 올해 약 1400호 내외를 후분양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부문 후분양 활성화를 위해 공공택지 우선공급 근거를 마련하고 올해 화성동탄2 A-62블록, 평택고덕 Abc46 블록, 파주운정3 A13 블록, 아산탕정 2-A3 블록 등 4개 공공택지를 공급키로 했다.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택지대금 납부방식도 개선했다. 택지대금 완납 전이라도 대금납부 이행을 보증(부지매입보증서 제공 등)하면 착공·분양을 위한 사용승낙을 허용하고 거치기간도 도입(18개월)한다.
정부는 후분양의 기준으로 전체 공정의 60% 이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보다 더 진행된 후 후분양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질적으로 후분양이 가능한 시기는 내년 말 정도로 예측된다.
◇후분양제, 분양권 투기 줄일 듯
정부가 도입하는 후분양제가 시장에 정착할 경우 현재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분양권 투기가 사라질 전망이다.
선분양의 경우 분양 계약 이후 입주 때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매도자들은 미래가치를 분양권에 반영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얹어 팔면서 시장 과열이 일으키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양도세, 보유세 등의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불법 다운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집을 거래하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주택거래 형태"라면서 "최근 2~3년 동안 아파트 분양시장이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판으로 전락하면서 가계대출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 지어진 아파트를 보고 계약하면서 과장 광고에 속아 계약하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 층·향·동을 확인한 후 분양을 하는 만큼 '깜깜이 분양'도 막을 수 있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사는 것이라 분양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다만 분양가는 선분양제때 보다 더 오르게 된다. 선분양은 건설사들이 미리 수분양자의 돈을 받아 공사를 하는 반면 후분양제는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공사를 하는 만큼 그로 인한 이자나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최근 정부가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HUG를 통해 분양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오히려 나인원한남이나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임대후 분양 등의 방식으로 전환해 분양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후분양제가 선분양에 비해 아무래도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긴 하지만 금융 비용이 반영되면 분양가는 지금 보단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동탄 부영아파트와 같은 부실시공 아파트 역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실제 후분양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온 이유도 동탄 2신도시 23블록에 세워진 부영아파트가 입주 후 9만여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다.

한 중견사 고위 임원은 "공사가 60~80% 진행된 후 분양을 받는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는 공사가 부실한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건설사가 사업비를 빨리 회수하기 위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다 오히려 부실 시공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김흥진 주택정책관은 "공정률 80%는 마감을 하고 있는 단계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줄어든다"면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도 필요하고 60% 정도면 동간 배치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건설사 부담 늘어 공급 물량 크게 줄 듯
다만 실제 후분양제가 민간 건설사에게 가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자금 문제가 해결해야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공정 기간 투입되는 금융비용 조달 능력이 대형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중견사들 중 주택 사업을 아예 접는 건설사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건설사 입장에서는 후분양제 도입 시 미분양과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다.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건설자금을 건설사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형건설사의 경우는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버틸 체력이 되지만 중견사의 경우는 자칫 완공을 마친 아파트가 미분양이 많으면 자금 유동성이 어려워지면서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금 대출이나 보증 한도를 늘리는 인센티브를 도입했지만 후분양으로 인한 리스크가 더 큰 상황"이라면서 "주 52시간제 도입 등 원가도 올라가는 상황이라 민간 건설사들이 선뜻 후분양제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공급 물량도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분양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서울 강남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만 주택을 공급하면서 전반적으로 주택 공급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비를 건설사가 모두 부담하게 되면 주택 사업도 동시에 여러 곳에서 진행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더욱 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1000가구 단지를 건설하려면 최소 5000억원가량이 드는데 이러한 사업지를 여러 곳 동시에 하긴 어렵다"면서 "대형사는 1년에 1~3만 가구, 중견사는 5000~1만5000가구를 분양하는데 이 물량이 4분의 1로 확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