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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 기댄 아니면 말고식 北 뉴스…"정보 왜곡 악순환"(종합)

등록 2020.04.23 13: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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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NN 보도 5시간 만에 韓정부서 "특이 동향 없어"

北최고지도자, 건강이상설·사망설 빈번하지만 오보

정작 김일성, 김정일 사망 땐 당국서 낌새도 못채

정보 접근성 낮은 北, 각종 뉴스에 사실 확인 불가

국내 탈북자나 접경지 소식통 등 의존 근거 부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와 미 CNN이 연달아 보도한 가운데 2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0.04.2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와 미 CNN이 연달아 보도한 가운데 2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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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미국 CNN방송이 보도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전세계가 소란했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나서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확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정확한 정보 확인이 어려워진 데서 비롯된 상황으로 해석했다. 특히 '1급 정보'에 가까운 뉴스가 세부적으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최고 지도자의 '건강이상설', '사망설'과 마찬가지로 검증되지 않은 뉴스가 또다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발단은 CNN방송이 지난 21일 오전 10시30분께(한국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큰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이후에 '중대한 위험(grave danger)'에 처해 있다고 보도한 것에서 시작됐다. CNN은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내에 위치한 김 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물며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신반의했던 '건강 이상설'이 미국 CNN 보도로 나오자 국내 언론은 긴급 속보를 전하고, 정부 당국을 상대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에 청와대, 국가정보원, 통일부, 국방부 등은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오후 3시께 청와대가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사태는 5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현재 측근 인사들과 함께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만한 아무런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진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며 "보도에 따르면 그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나는 그가 건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22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정부로부터 북한 관련 동향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통일부는북한의 특이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청와대도 "북한 내부의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는다는 입장은 오늘도 유효하다"고 재확인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그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2020.4.22.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그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2020.4.22.

북한이 23일까지 지난 11일 이후 김 위원장의 일정을 보도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오보'로 끝날 가능성에 힘을 실고 있다. 외관상으로도 김 위원장이 과체중에 고도 비만에 가깝고, 흡연과 음주를 즐긴다는 점에서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기밀에 가까운 정보가 곧바로 보도됐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북한 뿐만 어느 나라든 간에 제1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외국 언론이 특별히 정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하지 않고 보도한다는 것 자체는 일단 형식에서도 의문점이 간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역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 3일 만에 중태설까지, 굉장히 구체적으로 뇌사 상태라고 나올 정도면 어마어마한 정보력"이라며 "은폐된 북한에서 그 정도 빠른 시간 내에 디테일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관련해 소식통을 인용한 '아니면 말고'식 뉴스가 끊이지 않은 것은 공산주의 사회의 특성상 북한 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데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북한 사회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 내부, 특히 지도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보가 차단된 평양의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북한 최고지도자에 관한 뉴스가 나와도 크로스 체크가 안 되는 실정"이라며 "김 위원장이 관영 매체에 등장하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확인된 정보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정보 왜곡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도에 열을 올렸다. CNN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보가 주시하고 있다고 가장 먼저 보도했다. (사진=CNN 캡처) 2020.4.21.

[서울=뉴시스]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도에 열을 올렸다.  CNN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보가 주시하고 있다고 가장 먼저 보도했다. (사진=CNN 캡처) 2020.4.21.


실제 잊을 만하면 나오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건강이상설과 사망설은 번번히 오보로 이어졌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이 1개월 가량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사망설이 불거졌지만 당시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이 왼쪽 발목 복사뼈에 낭종(물혹)이 생겨 해외 전문의를 초빙해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와 세계 각국은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8일 묘향산 별장에서 뇌출혈로 숨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17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때는 평양의 공식발표 전까지 알지 못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나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 있는 소식통의 발언만으로는 북한 뉴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곤란한 실정이다.  
  
김 위원장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자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15)에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특이 동향이지만 건강 이상설과 연계하는 것은 섣부른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북한 매체에 김 위원장 동선이 열흘 이상 보도되지 않은 것은 올해 처음이 아니다. 무려 20일 이상 두문불출했던 것도 세 차례나 된다.
 
1인 지배 체제인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여전히 관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CNN 위중설 보도에는 미국의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김정은 유고설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을 보면 총선이 끝나고 대북 행보가 상당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얘기가 언론에 나오면서부터"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행보를 막아야 된다는 계산이 깔린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연초부터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모범적으로 극복하면서 코로나 상황이 끝난 후 보건의료 같은 걸 앞세워서 남북협력이 시작될 것 같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4·27 판문점 정상회담 2주년을 계기로 일이 벌어지기 전에 고춧가루를 뿌려놓자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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