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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질본 '헌신'에 기댄 100일…필수인력 부족 '민낯'

등록 2020.04.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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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으로 달려간 의료진만 3010명 달해

확진자 진료 의료진 7명·선별진료 3명 등 감염

중앙방역대책본부 직원 230명 별도 휴일 없어

OECD 최하위 의료진 수…검역소 인력 제자리

전문가 "정부, 인력 확충하고 필요인력 배치해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를 보이는 23일 오전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경북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국가지정음압치료병실이 자리한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중증환자 25명이 입원 중이며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간호사 203명이 투입돼 24시간 3교대로 근무 중이다. 2020.04.2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를 보이는 23일 오전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 중인 경북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국가지정음압치료병실이 자리한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중증환자 25명이 입원 중이며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간호사 203명이 투입돼 24시간 3교대로 근무 중이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00일째가 되는 28일, 하루 수백명에 달하던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안정화되기까지 빠질 수 없는 단어가 '헌신'이다.

대구·경북으로 달려간 3000명 넘는 의료진을 포함해 지금도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은 물론, 감염 우려 속에도 일반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진들에 국민들은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질병관리본부 직원 230명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꾸려진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3개월 넘게 휴식시간을 최소화해가며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이들의 헌신 이면에는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고 메르스 등 감염병 위험에도 검역 인력은 필요 대비 286명이나 부족한 채로 운영돼 왔다.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100일, 외면해선 안 될 한국 보건의료 현장의 민낯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만성적인 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규 환자 10명 이내 안정화…"의료진 헌신과 노력 결과"

최근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10일째 20명 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18일 18명 이후 8명→13명→9명→11명→8명→6명→10명→10명→10명 등 9일째 10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이런 환자 추세와 관련해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환자발생 규모가 10명 이내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격리병동에서 치료와 간호에 전념하시는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00일간 말 그대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방대본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소재 명지병원에서는 확진자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명이 25일 확진된 데 이어 이 간호사와 접촉한 같은 병원 간호사 1명이 26일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7명의 의료진이 확진 환자 진료·간호 중 감염됐으며 선별검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3명이 감염됐다.

이왕준 명지병원 병원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몇개월 동안 자가격리 수준으로 병원과 집을 오가며 일하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직원들이 너무 안쓰럽다"며 "우리 확진 간호사 2명 중 한명이 주임간호사인데 책임감 때문에 확진 판정 후 입원해서 너무 펑펑 울었다 한다. 절대 자책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31번째 환자를 시작으로 27일 0시 현재 전체 확진자의 76%인 8211명이 발생한 대구(6487명)와 경북(1364명)에는 지금까지 3010명(24일 기준)의 의료진이 달려갔다. 의사 1195명과 간호 인력 1429명, 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 기타 인력 386명 등이 치료를 기다리는 대구·경북 환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달 20일 기준으로 아직 360명(의사 87명, 간호 인력 241명, 기타 인력 32명)이 대구·경북에서 환자들을 살피고 있다.
 
◇휴일 따로 없는 중앙방역대책본부…"겨우 휴식시간 마련"

방역당국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정은경 본부장을 포함해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은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부터 밤낮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1월20일 오전 첫 확진자를 확인한 즉시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이 '관심'에서 2단계인 '주의' 단계로 상향되고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 대책반이 가동됐다. 이후 이달 24일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방대본에 파견된 직원은 총 230명이다.

정 본부장은 물론 방대본에 파견된 직원들에겐 정해진 휴일이 없다.

방대본 관계자는 "코로라19 방역 업무 특성상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식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정해진 휴일은 없고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팀마다 자체적으로 근무 스케줄을 조정해 틈틈이 쉴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역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 등 검역소 직원들을 포함해 공항과 항만 상주 직원들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검역관 96명 등이 4개팀을 꾸려 주야간으로 근무를 했으며 군 인력까지 추가 배치됐다.
[서울=뉴시스]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및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2020.04.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 및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2020.04.23. [email protected]

◇인구 1000명당 의사수 '꼴찌'…국회선 검역 인력 예산 '삭감'

하지만 이들의 헌신에는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인력 문제가 있다.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19'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었다. 가장 많이 확보한 나라는 오스트리아로 한국보다 2.3배 많은 5.2명이었으며 노르웨이(4.7명), 리투아니아(4.6명), 독일과 스위스(4.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폴란드와 일본,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함께 가장 적은 임상의사를 확보하고 있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도 1000명당 6.9명으로 OECD 평균(9.0명)보다 2.1명 적었다.

반면 국민 1명당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6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고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도 18.5일로 가장 길었다. 가장 적은 의료진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는 셈이다.

검역소 인력도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오염 지역을 관리하기 위한 적정 인원은 533명, 교대제 검역 근무 및 유증상자 발생 등 최종적으로 필요한 검역소 인력은 739명이다.

그러나 2019년 기준 검역소 인력은 453명으로 최종 인력 대비 286명, 적정 인력 대비 80명 부족한 상황이다. 453명 가운데 입국자 대부분이 찾는 인천국제공항 인력은 165명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검역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국회에선 55명(2017년 27명, 2018년 25명, 2019년 3명)분 예산을 오히려 삭감했다. 재정부담 등이 이유였다.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파 방지에 필요한 인력 34명(6급 1명, 7급 3명, 8급 11명, 9급 19명)을 증원하기로 하고 직제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이로써 현재 질병관리본부 정원은 정은경 본부장 포함 909명으로 전보다 43명 증가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평소 간호사 한명이 8시간 돌볼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환자는 개인보호구 등 착용시 한명이 2~3시간 진료할 수밖에 없어 인력이 평소보다 4배 필요하다”면서 “그럴 인력이 없다보니 의료인력의 희생과 헌신으로 버텼는데 장기화되면 ‘번아웃’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실장은 “대구와 경북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상급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장기화 상황에선 평상시 인력만으로 접근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사도 부족하고 간호사도 부족한데 특히 감염병을 포함해 필수적인 의료 부분 인력이 부족한 반면 덜 급한 쪽은 인력이 많은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의사협회나 간호사협회 등 직능단체를 설득해 인력을 증원하고 그 인력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인력 활용 계획을 세워 적절한 곳에 필요한 인력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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