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中경계심 고조…대만과 가까운 이시가키섬 주민들의 고민
류큐제도 서남단 대만 가까운 섬에
중국 겨냥 미사일 기지 건설되면서
악전고투로 일군 '천국' 날아갈까 걱정
![[서울=뉴시스] 중국과 일본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소속돼 있는 일본 지방단체가 센카쿠에 새로운 행정표지석을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키나와(沖繩)현 이시가키(石垣)시가 공개한 새 행정표지석. <사진출처: NHK방송 캡쳐> 2021.08.24](https://img1.newsis.com/2021/08/24/NISI20210824_0000814248_web.jpg?rnd=20210824152600)
[서울=뉴시스] 중국과 일본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소속돼 있는 일본 지방단체가 센카쿠에 새로운 행정표지석을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키나와(沖繩)현 이시가키(石垣)시가 공개한 새 행정표지석. <사진출처: NHK방송 캡쳐> 2021.08.2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대만과 긴밀한 정치·경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의 위기감이 부쩍 커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는 16일(현지시간) 대만과 320km 떨어진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 주민들의 우려감을 전하면서 일본에서 대중 경계심이 고조되는 현상을 전했다.
긴조 테츠히로는 수십년 동안 망고나무를 태풍과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그의 농지 주변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면서 "이 곳에서 살아도 안전한 것인지"를 걱정하게 됐다.
중국이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면서 대만 해협 인근에 영토가 있는 일본에선 미국과 중국 사이의 분쟁에 끌려들어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 커지고 있다.
이시카키섬에 설치하는 미사일 기지는 일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이곳의 미사일들은 이론상 중국 함대를 겨냥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시가키섬은 유사시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고 긴조씨의 온실농장이 사선에 놓이게 된다.
중국이 당장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 3대 경제 대국이 군사적 대치에 휩쓸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이시가키섬에 배치된 미사일 기지는 중국을 보는 일본의 시각이 최근 변화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중국을 경제적 기회라고 여겼다. 영토분쟁이 일부 있고 무역분쟁도 없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이 안보 위협이라는 주장은 우익의 선전공세로 치부됐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거의 모든 정치 세력들이 홍콩과 신장지역의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세계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확대가 대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큐슈대학 중일관계 전문가 마스오 치사코 교수는 최근 팬데믹으로 중국의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사회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며 "사람들이 갈수록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중국 때문에 경제적 안정이 흔들리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정치적 견해가 가장 크게 달라진 대목이 대만문제다. 일본의 좌파들은 그동안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을 공개 지지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중국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코하마가나가와대학교 코리 월러스교수는 중국이 강압적 외교를 펴면서 일본인들은 대만이 "적법하고 독립된 사회로서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민주적 가치와 발전을 표상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일본 방위백서는 처음으로 대만문제를 포함시켰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것이다.
일부 일본 정치가들은 대만과 관련된 분쟁을 계기로 중국이 센카쿠 분쟁, 나아가 오키나와 지역에 대해서도 더 주장을 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학자들은 한 때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이 오키나와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평화헌법 개정에 갈수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도 일본이 보다 폭넓은 방위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이달초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 방위포럼에서 "대만의 위기는 일본의 위기"라며 따라서 일미동맹이 다뤄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현재의 헌법 체제 아래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
일본은 현재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군사적 능력을 최대한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국자들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고 신중하게 말하고 있으나 국방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고 미국 등 동맹국들과 합동 군사연습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안보환경이 빠르게 악화한다면서 올해 방위예산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예산의 일부가 이시가키섬 미사일 기지 부지 보상금으로 사용됐다.
이시가키섬은 류큐열도에 속한다. 중국과 일본은 수백년 동안 류큐열도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다퉈왔다. 2차세계대전 중에는 류큐열도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지상전이 벌어졌다. 미군은 이 지역을 점령한 뒤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다. 류큐열도의 주섬인 오키나와에는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다.
센카쿠열도에서 가까운 이시가키섬은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관심을 과시하기 위해 단골로 방문하는 곳이다. 일본 최대의 해안경비대가 있고 센카쿠열도 경비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시가키섬 주민들은 대부분 중국을 위험요인이 아니라 교역 상대로 간주한다. 이시가키섬의 백사장과 무지개빛 환초는 손 큰 중국 여객들을 가득 태운 크루즈선의 단골 방문지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분쟁은 어업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이 섬 주민들은 오래도록 미사일 기지 설치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대만을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곳 주민들의 위기감도 커졌다.
미사일 기지 설치를 반대해온 나가하마 노부오 지방의원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대만 분쟁에 휩쓸릴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이 중국이 이시카키를 공격할 명분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시가키섬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연락선을 타고 대만으로 건너가 생필품을 사곤 했다. 이곳에서 파인애플 통조림 공장을 일군 키유나씨와 결혼한 사치코는 대만 출신 이민자의 딸이다. 키유나 가족은 2차대전 뒤 오키나와에 있던 땅을 미군에 빼앗기고 이곳에 왔다. 오키나와에서 밀려난 많은 주민들이 이곳에 정착해 말라리아와 싸우며 험한 땅을 개간했다. 올해 80살로 현업에서 은퇴한 키유나는 땅을 개간하며 사용했던 곡괭이를 이시가키를 "천국으로 만든' 기념품 삼아 보관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이라고 키유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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