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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로 향하는 길' 막히나…"재판 개입은 처벌 못한다"

등록 2022.01.31 18:30:00수정 2022.01.31 18: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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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직권 없이 남용 없다' 판결

1심 제시한 '지적 권한' 논리 2심서 깨져

'양승태 공모' 유죄 부분 줄어든 것 유리

대법서 인권법 의혹 유죄 인정되면 불리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1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장 등에게 지적사무가 있다'는 1심 논리를 배척했다. 사법행정권자는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등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1심은 판사가 직업적 단련이 부족해 장기미체 사건 처리를 현저하게 지연시키거나, 미숙한 재판으로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 대법원장이 아무런 지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명백하게 부당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나태하고 게으른 판사에게 재판의 핵심영역에 대해 지적할 수 있어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고 했다.

1심이 인정한 '지적권한'은 일명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향하는 길'이라로 불렸다. 사법농단 의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재판개입 의혹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직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유죄 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8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2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8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24. [email protected]

1심이 이 전 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하기 전까지는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으므로 재판에 개입한 것이 사실로 인정되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 줄이어 나왔었다.

대표적으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직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1심 재판장에게 중간 판결 고지와 판결을 수정하게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2심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권한 남용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 판단했다.

1심은 이러한 '직권 없이 남용도 없다'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게는 지적권한이 있다는 독창적인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지난해 3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21.03.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지난해 3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21.03.23. [email protected]

하지만 2심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공정한 재판을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는 상황으로 봐야한다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입법자가 여러 신속 재판을 위한 제도를 설정한 이상 법원이 이를 넘어서서 지적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법이 규정하는 독립 재판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기속할 수 있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 등 사법행정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당시 양형실장이던 이 전 상임위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을 남용해 한 ▲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사건 재판 개입 시도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개입 시도 등 혐의는 유죄 판단했다.

2심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의혹 관련 혐의 일부도 유죄 판단했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이 공모해 인사모 와해를 위해 중복가입해소 조치를 시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8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8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1.08.26. [email protected]

1심은 양 전 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대법관), 임 전 차장이 일부 유죄 혐의에 공모했다고 봤다. 예를들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에 대한 재판개입 등에 공모했다는 것이다.

2심은 이를 뒤집고 양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국제인권법 연구회 와해를 위한 공모 대응 방안 검토 등 혐의만 공모를 인정했다. 박 전 대법관은 1개 혐의, 임 전 차장은 3개 혐의에 공모했다고만 인정했다. 고 전 대법관의 공모는 모두 불인정했다.

이 전 실장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도 대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파기환송 없이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양 전 원장과 임 전 차장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 논리가 2심에서 깨진 것은 양 전 원장 등에게 유리한 사정이란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인권법 연구회 와해 공모 대응 사건 등 일부 공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이상 불리한 영향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심은 이 전 실장 등의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 판단했고, 형량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벌금 1500만원으로 줄였다.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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