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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한국 사업 참 쉽네…1% 이자로 빌린 돈 9.6%로 車대출

등록 2022.11.23 09:00:00수정 2022.11.28 1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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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구입시 할인 미끼로 벤츠파이낸셜 고금리 대출상품 운영

원래 1% 이자로 빌린 돈으로 9.68% 대출 상품 가동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3분기 영업이익률만 33.8%

한국서 번 이익, 고스란히 해외 주주에 배당…차 산업 기여도 약해

배당금 형식으로 이익은 사실상 모두 해외로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
[서울=뉴시스]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SUV'.(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2.10.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SUV'.(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2.10.17 [email protected]


한국에서 벤츠 차량을 살 때 차량 구입비 대출을 해주는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벤츠파이낸셜)이 3분기에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려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부에선 벤츠파이낸셜이 독일 본사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빌려 한국 고객들에게 고리로 빌려주는 '이자놀이'로 배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기준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벤츠파이낸셜은 1%대 이자로 빌린 돈을 9.68%에 달하는 대출 상품으로 운영해 눈길을 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츠파이낸셜은 올 3분기 영업수익 854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수익이란 제조업에서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총 수익이며, 영업이익은 여기에서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등 영업에 필요한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이에 따른 벤츠파이낸셜의 3분기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무려 33.84%에 달한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4~5%인 것을 감안하면 벤츠파이낸셜은 6~7배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벤츠파이낸셜, '차값 할인' 미끼로 고리의 대출상품 운영

벤츠파이낸셜 영업이익률은 캐피탈 업계 안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 3분기 또 다른 차량 구입자금 대출을 맡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영업수익 3조8255억원, 영업이익 3870억원을 달성했다. 현대캐피탈의 영업수익은 벤츠파이낸셜의 45배에 달했지만, 영업이익률은 고작 10.11%에 그치며 벤츠파이낸셜에 크게 못미쳤다.

자동차 업계에선 벤츠파이낸셜이 이렇게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린 배경으로 '자동차 값 할인율'을 미끼로 고객들에게 고리의 대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벤츠코리아는 고객이 차량을 구입할 때 벤츠파이낸셜 대출 상품을 이용할 경우 차량 할인율을 더 높게 해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츠 딜러는 "현재 금리 상황과 자동차 수급 상황으로 볼 때 어떤 벤츠 차종이라고 해도 구분 없이 차 값의 1% 정도 할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때 벤츠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하면 0.5% 정도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벤츠파이낸셜의 이 같은 차량 구입자금 대출 상품 금리가 동종업계에서도 가장 높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신차 구매 시 벤츠파이낸셜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최고 9.68%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벤츠파이낸셜의 최고금리는 롯데카드(8.80%), 삼성카드(8.20%), 하나카드(6.70%) 등 국내 여신업체들과 비교하면 한결 높은 편이다.

특유의 고금리 적용으로 벤츠파이낸셜이 딜러 판매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68%에 달하는 대출 이자에는 직원 급여와 본사에 이전할 수익금뿐 아니라 판매 딜러 수수료까지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최저 1%대 이자로 돈 빌려 9.68%대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벤츠파이낸셜이 독일 본사의 저리 자금을 지원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벤츠파이낸셜 같은 캐피탈 업체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크게 뛰어 캐피탈 업계는 할부금융 상품 금리를 올려도 실제로 이익이 크지 않다.

하지만 벤츠파이낸셜은 상황이 다르다. 채권이 아닌 벤츠 본사 차입금으로 대출해줄 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기준 벤츠파이낸셜은 전체 조달 자금(1조4905조원)의 76.87%인 1조1457억원을 본사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이중에서 차입금은 9780억원을 차지하는데, 일반차입금 이자율은 0.98%에서 3.97%에 불과하다. 저리로 돈을 빌려 10%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 상품을 만들어 한국 소비자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올 3분기 기준 벤츠파이낸셜은 메르세데스벤츠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B.V.로부터 7400억원을 빌린 상태다.

한국에서 벤츠코리아와 벤츠파이낸셜, 양사의 영업 호조가 이어지며 글로벌 본사가 적극적인 자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벤츠코리아는 2020년보다 14.66% 늘어난 6조121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80% 늘어난 2174억원을 달성했다.

벤츠파이낸셜도 실적 호조는 마찬가지다. 올 들어서도 3분기 누적으로 벤츠파이낸셜 영업이익(289억원)은 전년(236억원)보다 21.94% 증가했다.

한국에선 번 돈, 해외주주에게 '고배당'…상당부분 빠져나가

일각에선 벤츠가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이 배당 형태로 해외로 모두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벤츠파이낸셜은 올해 배당금으로 520억원을 지급했는데, 벤츠파이낸셜 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메르세데스벤츠 아시아 GMBH다. 이 회사는 독일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벤츠코리아도 주주 고배당을 통해 한국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해외 주주들에게 몰아주는 행태는 비슷하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주주들에게 1022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벤츠코리아 최대주주는 메르세데스 벤츠 AG(독일 본사)로 지분율 51%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49%는 홍콩계 딜러사인 스타오토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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