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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대선 혼란, 후보 22명 난립..결선투표 갈 듯

등록 2023.06.26 08:08:54수정 2023.06.26 08: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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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계열 3명이 선두.. 곳곳에서 매표· 몰표 정황

버스로 외부 유권자 실어 날라.. 투표소 아예 닫기도

8월20일 결선 투표 예정

[과테말라시티= AP/뉴시스] 과테말라 대선이 치러진 25일 수도권의 산호세 엘골포 투표소에서 개소가 지연되는 데 항의하는 유권자들을 진압 경찰이 막고 있다.

[과테말라시티= AP/뉴시스] 과테말라 대선이 치러진 25일 수도권의 산호세 엘골포 투표소에서 개소가 지연되는 데 항의하는 유권자들을 진압 경찰이 막고 있다. 

[과테말라시티=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중미 과테말라에서 25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160명과 지방자치단체장 340명을 새로 뽑는 총선의 투표가 수도 과테말라시티를 비롯해 전국 22개 주에서  한꺼번에 시작됐다. 

과테말라의 이번 선거는 역사상 최악의 선거 탄압과 사회적 혼란 속에 치러졌고 정부 당국이 야당 후보 3명의 대통령선거 출마를 막아 국민의 분노와 항의 속에서 진행 되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효나 기권표가 상당히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낮은 투표율로 무려 22명의 대통령 후보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 투표로 갈 확률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22명 가운데 과반 득표 후보자가 없을 경우 2차 결선투표는 8월 20일 최고 득표자 2명을 두고 다시 치러질 예정이다.

유권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3천482곳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시작했다. 중미에서 인구가 1천500만명으로 가장 많은 과테말라의 유권자는 과테말라 최고선거법원 기준으로  935만6천796명이다.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인  산악지대의 인구 3만7000여명의 소도시 숨팡고 지역에서는 초중 혼합학교에서 치러진 투표에서 사람들은 한 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투표를 시작했다. 

첫번 째로 투표를 마치고 나온 변호사 알프레도 에르난데스(61)는 이 마을의 투표는 문제가 없지만 니카라과 전국적으로는 거의 재난 상황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과테말라는 정부 기관들,  특히 사법 시스템에서 수 많은 부패사건으로 인해 불운과 비리 속에 푹 잠겨 있는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군 장교들과 사업자들의 득세로 시민들은 고개를 들고 제대로 설 수 조차 없다. 그 들은 우리 국민을 무릎 꿇게 하고 조금도 발전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는 비판했다.

초교 교사인 마를레니 카브레라(29)는 나라를 위해서 이 번 만은 변화가 일어나게 하려고 투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과 보건 제도로는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다.

[과테말라시티= AP/뉴시스]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 시티 외곽의 산호세 엘골포 투표소에서 25일 안으로 들어가려는 유권자들을 경찰이 막으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과테말라시티= AP/뉴시스]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 시티 외곽의 산호세 엘골포 투표소에서 25일 안으로 들어가려는 유권자들을 경찰이 막으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날 아침 투표를 두고 소란도 일어났다.  과테말라 중부의 산호세 델 골포에서는 투표소가 문을 열지 않았다.  지역 관리들이 투표소를 막은 것은 시외의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투표를 하러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앙 선관위에 따르면 지역 선거 관리 당국이 시내 다른 곳에 새 투표소를 개설하려고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그것을 막았다고 했다.  경찰이 출동해서 최루탄을 쏘며 300여명의 주민들을 해산시켰고 그들은 투석전으로 맞섰다. 

150여명의 군경이 추가로 투입되었고 이런 소란을 이유로 25일 오후에 최고선거법원은 산호세 델 골포의 투표를 아예 무효화시켰다.  유권자들에게는 8월 20일 실시하는 2차 투표에서 권리를 행사하라고 통보했다.

선거감시단체인 '일렉토럴 룩아웃'에 따르면 과테말라 전역에서 지역 외부의 주민들을 버스로 실어나르며 투표를 하게 하거나 매표행위,  일부 취재진에 대한 협박 등 선거관련 사건들이 일어났다.

과테말라 시티 서쪽 177km에 있는 산 마르틴 사포티틀란에서도 외부인을 집단으로 데려다 투표를 시켰다는 보도에 격분한 지역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며 항의했다.  지역 인터넷 뉴스 노티레우에는 주민들이 불태운 투표용지 뭉치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정식 등록된 사람은 모두 22명으로 대부분 중도 또는 우파 계열 후보다.  과테말라 대통령 임기는 4년 단임제여서,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현 대통령은 다시 출마할 수 없다.
 
그는 지난 23일 "우리가 안정된 민주국가에 산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정기적으로 자유선거,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들을 확실히 치러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중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사업가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카를로스 피네다를 비롯해 총 4명의 후보가 후보 등록을 못 하거나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좌파이며 유일한 원주민 여성 후보인 셀마 카브레라도 출마 자격 미비를 이유로 후보 자격을 잃었다.  피네다는 우파이지만 후보 출마 과정에서 사소한 법위반이 있었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과테말라 대선 혼란, 후보  22명 난립..결선투표 갈 듯

보수계열 법과 질서 당의 로베르트 아르수는 선거운동을 너무 일찍 시작했다는 이유로 탈락당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산드라 토레스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토레스 후보는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의 부인으로 그가 현직에 있을 때 이혼했다.  이후 2015년과 2019년에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이번이 3번째 대권 도전이다.
 
그 다음 지지율을 얻은 것은 중도 우파의 에드몬드 물레트 후보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물레트 후보는 반기문 사무총장 당시 비서실장과 유엔 아이티 안정화 지원단장을 지냈다.

역시 유력한 우파 후보인 수리 리오스는 군사독재를 이끈 에프레인 리오스 몬트의 딸로, 2019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쿠데타 지도자의 가족은 공직에 나올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려 후보 자격을 잃었다.
 
세 사람 모두 국가 안보의 강화와 가족의 중요성 등 보수적인 공약을 들고 나왔고 기초 식품의 보장과 감세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과테말라에서는 1945년~1954년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좌파 당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한 적이 없다. 두 번째 대통령인 자코보 아르벤스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원한 쿠데타로 축출 당했다.

이번 선거로 범죄율 폭증, 빈곤, 기아 등에 시달리다 이민을 떠나는 국민들이 제대로 국내에 정착해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인지, 만연한 정부의 부패와 독선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인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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